매일신문

요즘 운동회 '청군·백군' 응원은 옛말…학년별 따로따로

3년간 코로나19 겪으며 자연스럽게 축소
전문 업체가 행사 도맡아…"달리기 1등 도장 그리워"

25일 오전 동대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5학년 학생들이 운동회를 즐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5일 오전 동대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5학년 학생들이 운동회를 즐기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5일 오전 동구 신암동 동대구초등학교 운동장. 5학년 4개 학급의 운동회가 진행되고 있다. 박성현 기자
25일 오전 동구 신암동 동대구초등학교 운동장. 5학년 4개 학급의 운동회가 진행되고 있다. 박성현 기자

운동장에 만국기가 펄럭이고 온 가족이 참여하던 대규모 운동회가 사라지고 있다. 과거 동네 축제를 방불케 했던 초등학교 운동회는 학생 수 감소와 코로나19가 겹쳐 추억 속으로 희미해져 가고 있다.

25일 오전 10시 동구 신암동 동대구초등학교 운동장. 학급별로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학생들의 줄다리기가 한창이었다. 3천500㎡(약 1천평)에 달하는 운동장에는 60~80명의 학생들과 각 학급의 담임교사, 운동회를 진행하는 외부 업체 관계자들이 전부였다.

동대구초는 지난 22일부터 체육시간을 활용해 운동회를 열고 있다. 전교생이 모두 참여했던 과거와 달리 학년별로 수업시간을 쪼개 운동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1·2교시는 6학년 60여 명이, 3·4교시에는 5학년 80여 명이 각각 운동회를 펼쳤다.

청군·백군 팀을 갈라 콩주머니를 던져 박을 터뜨리는 게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날도 학생들이 참여하는 종목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학급별 이어달리기' 등 소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외부 업체가 운동회 준비물과 음향 장비 등을 가져와 직접 운동회를 진행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각 학급의 담임교사들은 학생 안전 관리에 집중하고 전반적인 행사 진행은 업체가 도맡아 한다.

신남철 동대구초 체육교사는 "전체 교사 40여 명 중 남자 교사는 3명뿐이라 자체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기 어렵다"며 "전문 업체 덕분에 학생들도 더 즐거워하고 교사들도 일손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자연스럽게 운동회 규모가 축소됐다고 입을 모았다. 민동식 대구동부교육지원청 장학사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하는 운동회는 부담스러워한다"며 "강당 등을 건립하면서 좁아진 운동장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참여해 축제 분위기로 흥겨웠던 운동회를 경험해 본 학생들은 아쉬워했다. 5학년 박도은 양은 "1학년 때 개인 달리기로 1등 도장을 받았었는데 지금 입학하는 후배들은 그런 추억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운동회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의미가 희미해질 것을 우려했다. 김정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다른 세대보다는 상대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악습이 없어지는 등 장점도 있겠지만 공동체의 의미 자체가 퇴색될까봐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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