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놀이터 참변' 초교생 눈물 속 발인…"하늘나라에서는 안전하게 뛰놀길"

흔들의자에 깔려 숨진 초등생, 모교서 친구들과 영원한 작별…"안전한 사회 만들어야"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지난 10일 아파트단지내 설치된 흔들의자가 부러지는 사고로 숨진 초등생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지난 10일 아파트단지내 설치된 흔들의자가 부러지는 사고로 숨진 초등생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친구 00아! 잘 가, 하늘나라에서는 안전한 곳에서 마음껏 뛰놀아."

지난 10일 경북 경산시 한 아파트 단지 내 설치된 흔들의자 기둥이 부러지면서 깔려 숨진 A군(12·초교 5년)의 발인이 13일 오전 엄수됐다.

이날 A군의 시신이 안치됐던 경산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유족과 친척, 지인 등 20여명은 12세 짧은 생을 살다 간 A군의 위패와 영정사진을 뒤따라 가며 눈물로 배웅했다. 이들은 오열하며 "OO아, OO아" 이름을 하염없이 불렀다.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세명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10일 발생한 아파트 놀이터 흔들의자 사망 초등학생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세명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10일 발생한 아파트 놀이터 흔들의자 사망 초등학생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 속의 A군은 자신이 살았던 아파트의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본 후 마지막으로 생전 다니던 경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친구들의 애도 속에 영원한 작별을 했다.

학교 측은 A군이 숨진 날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 등을 감안해 약식 추모를 했다. A군의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부모 등 4명만 교내로 들어가 정들었던 교실에 들러보면서 친구들의 추모 속에 작별을 고하고, 운동장을 한 바뀌 돌아 교문을 나섰다.

운구차를 따라 온 A군의 지인들과 친구 부모들은 영정사진으로만 정들었던 학교를 마지막으로 돌아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 학교 교감은 "A군이 평소 학교규칙을 잘 준수하고 친구들과 교우관계도 좋은 착한 아이였는데, 불의로 사고로 세상을 떠나 그의 친구들이 받은 충격이 너무나 크고, 그를 떠나보내기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10일 아파트 놀이터에서 흔들의자가 부러지는 사고로 숨진 초등생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10일 아파트 놀이터에서 흔들의자가 부러지는 사고로 숨진 초등생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날 학교 측은 오전 10시 10분부터 10여분 동안 전교생이 A군을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미리 준비한 국화꽃을 그의 책상 위에 놓으며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잘 가", " 하늘나라에서는 안전하게 잘 놀아" 라고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 친구여서 고마워",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등 그를 기억하며 친구들이 쓴 편지는 어머니에 전달했다.

학교 측은 "A군의 명복을 빌고, 당시 현장에 같이 있던 친구를 비롯한 남아 있는 친구들도 하루빨리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A군의 부모도 "마음껏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 이번 사고로 인해 이제 놀이터에서 조차 마음껏 뛰어놀 수 없게 되다니 너무도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A군은 이날 한 줌의 재로 변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와 친구, 주변 사람들은 "A군은 비록 이 불행한 일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번 참변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자랄 수 있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만 12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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