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혹한기의 역설…대구 주택연금 뜨겁다

상반기 신규 가입 사상 최대
지난해보다 50% 급증 수치…작년부터 집값 하락 분위기
빨리 들수록 수령액서 유리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주택연금을 받으려는 시민이 상담차례를 기다리며 대가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중부지사에서 주택연금을 받으려는 시민이 상담차례를 기다리며 대가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 상반기 대구의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역설적이게도 미분양, 집값 하락 등 대구 주택시장 침체가 연금 가입을 서두르게 한 것이다.

25일 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구의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428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86건)과 비교하면 무려 49.6% 급증했다. 상반기 가입 현황만 놓고 보면 2007년 주택연금 도입 이후 사상 최다이다.

최근 5년치 상반기 자료만 놓고 보면 2019년(280건)부터 2020년(273건), 2021년(242건) 해마다 신규 가입 건수가 줄다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증가세다. 이처럼 대구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 분위기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평가한 주택 가격에 따라 정해지는데 집값 하락 국면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입신청을 하는 것이 월 수령액 측면에서 유리하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자료를 보면 실제로 대구는 지난해 1월 3.3㎡ 당 1천359만원으로 최고점을 찍고서 줄곧 하락세(매일신문 25일 자 10면 보도)다.

특히 올 2월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3.3㎡ 당 1천127만원)은 최고점이던 1년 전과 비교해 17% 떨어졌다. 같은 기간 타지역이 평균 5% 하락한 것과 비교해도 두드러진 감소폭이었다.

HF 대구지사 관계자는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주택 시장과 반대 흐름을 보인다"면서 "반기 자료만 보더라도 대구 주택 가격이 올랐다가 크게 떨어진 시기와 신규 가입이 늘어나는 시점이 유사하다. 이렇게 주택 가격 하락기에는 주택연금 해지 건수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의 주택연금 가입자 평균 연령은 만 73세이며 평균 주택 가격은 2억5천900만원, 평균 월 지급금은 91만원 수준"이라며 "전국 평균 월 지급금은 117만6천원이고 수도권이 134만3천원, 지방은 82만2천원"이라고 전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비단 대구만의 특수 상황은 아닌 만큼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8천109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1%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이다.

이 같이 주택연금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올해 상반기 연금 지급액도 1조1천85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8천739억원) 대비 35.7% 급증했다. 상반기 기준 주택연금 지급액이 1조원을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반면 상반기 주택연금 해지 건수는 1천63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4.8%, 사상 최대였던 2021년 상반기보다 38% 줄었다.

오는 10월 12일부터 주택연금 가입 공시가격 요건이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대폭 완화될 예정이어서 가입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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