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신들의 전쟁과 인간의 화해

일리아스(호메로스/ 천병희 번역/ 출판사 숲/ 2015)

'일리아스'는 호메로스가 쓴 그리스 최고(最古), 최대의 영웅서사시다. 서양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문헌이기도 하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의 별칭 일리오스(Ilios)에서 유래하였고,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트로이아의 영어식 발음은 '트로이'이다. 독일의 고대 연구가인 하인리히 슐리만이 1870년에서 1890년 사이에 트로이를 발굴하여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전반부를 기록한 대서사시이다. 고인이 되신 번역자 천병희 교수님은 '플롯의 완벽한 통일성이야말로 호메로스의 문학성에서 으뜸가는 가치다.'라고 평가하였다.

트로이 전쟁의 시작은 신들의 어처구니없는 질투와 허영심 때문이었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지고 간 황금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서로 다투다가 파리스에게 찾아가 황금 사과의 주인을 가려달라고 청한다. 파리스의 심판으로 황금 사과를 차지한 아프로디테가 그 대가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나를 파리스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파리스는 헬레나를 데리고 트로이로 가게 되고 헬레나를 빼앗긴 남편 메넬라오스는 형인 아가멤논에게 트로이를 정벌하자고 부탁한다. 트로이의 번성을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아가멤논은 이 사건을 빌미로 트로이와 전쟁을 벌이게 된다.

쌍방의 치열한 전투 중에 그리스 연합군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으로 헥토르를 죽이고 마차에 매달아 끌고 다닌다.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이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찾아가서 아들인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한다. 아킬레우스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하고 애절한 마음에 감동하여 시신을 돌려주고 장례를 치르는 동안 전쟁을 멈추겠다고 약속한다. 신들이 정해 놓은 운명 속에서도 인간들은 서로 화해하고 위로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절대 능력을 가진 신들과 고난을 헤쳐 나가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를 흥분시키는 매력적인 스토리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이 영웅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벤치에 앉아 '일리아스'를 읽으면서 흥미진진한 영웅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신나는 모험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책이 두껍다고 겁내지 마시라. 서두르지 말고 시간 날 때마다 한 장씩 읽다 보면 어느새 호메로스 같은 멋진 이야기꾼이 되어 있으리라.

최성욱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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