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솔한 소통과 '내 탓' 사과…박근혜 전 대통령 '원로의 품격'

달성 민심 서운함→훈훈함으로…편 가르기 전직 대통령과 비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장을 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장을 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모든 게 내 탓이라고 하는 모습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지역민들과 처음으로 소통한데 이어, 이튿날 공개된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밝힌 소회에 대해 달성지역 한 유력인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전통시장 공개 외출과 첫 언론 인터뷰는 그간 '서운함'이 대세였던 달성지역 민심을 '훈훈함'으로 뒤바뀌게 했다.

지난해 3월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사저에 박 전 대통령이 입주하면서 달성 주민들은 큰 기대와 관심을 나타냈다.

당시 유가읍 한 주민은 "그동안 사랑했던 '우리 대통령'이 숱한 고초를 겪으시고 고향이나 다름없는 달성으로 귀향하셨다. 이제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다림은 길었다. 박 전 대통령은 한해가 훌쩍 지나도록 두문불출했고, 만남을 기대했던 주민들의 마음은 이내 섭섭함으로 변했다. "계속 집안에만 있을 거면 왜 내려오셨나. 그냥 서울에 있지"라는 말까지 터져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장을 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장을 보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일부에선 건강이상설까지 나돌았다. 지난 2월 박 전 대통령이 생일 축하 행사에서마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을 우려하는 여러 추측이 퍼져나간 것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당시 "지역에 계시니 찾아뵙고 인사라도 드리는 게 예의지만 기회가 닿지 않는다"면서 "사면되시고도 왼쪽 발가락 통증이 최근 재발했고, 디스크 증세도 나아지지 않은 탓에 사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억측들이 이번에 완전히 사라졌다. 달성군새마을회 한 관계자는 "'탄핵은 제 불찰,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의연함과 품격을 보았고, 현풍장터를 자유롭게 활보하면서 상인, 주민들과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에서 건강이상설까지 완전히 잠재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현풍백년도깨비시장 한 상인도 "1년이 넘도록 얼굴조차 볼 수 없어서 진짜 건강이 안 좋으신가 생각했는데, 시장에서 막상 얼굴을 보니 건강이 너무 좋아보여서 기뻤다.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셔서 주민들에게 자주 얼굴을 비춰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소위 '친박' 의원들에게 대해 서운함을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진솔함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위 '친박'이라는 의원 중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도 있었고, 저의 오랜 수감 기간 동안 한 번도 안부를 물은 적이 없는 의원이 대부분이다. 동생(박지만 EG 회장)의 친구인 의원도, 원내대표였던 의원도 탄핵에 찬성했다는 얘기를 듣고서 사람의 신뢰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내년 총선 친박계 인사 출마설'에 대해 "(출마가) 저와 연관된 것이란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달성환영단'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소위 '친박' 의원에게 서운함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 민심의 간사한 기회주의, 염량(炎涼)함을 느끼게 됐다"며 "아무쪼록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지역 사회와 함께 더불어 살며 지역 어른으로 계셨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지역 한 정치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이번 '내 탓, 대국민 사과'는 5선의 국회의원에 대통령 당선, 탄핵, 수감, 사면복권 등 영욕의 세월을 보낸 국가 원로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재임 당시의 정책 실패를 일절 인정하지 않으며, 여전히 국민 편 가르기에 몰두하는 다른 전직 대통령의 처신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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