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철학회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1963년 '한국칸트학회'라는 이름으로 발족된 뒤, 1983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대한철학회는 철학 학술지로서는 최고 지령을 이어가고 있는 〈철학연구〉를 총 167집까지 발행하며 한강 이남의 가장 권위가 높은 철학 학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철학회는 오는 10일 경북대 인문한국진흥관 학술회의실에서 60주년 기념식을 갖고 11일에는 학술대회를 연다. 장윤수 대한철학회 회장(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은 6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보람되고 영광된 자리"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발간될 대한철학회의 철학총서 8권은 서양과 동양의 철학이 우리나라에 수용된 과정부터 자아철학의 탐색, 환경생태철학까지 망라해 철학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철학총서 발간을 준비하면서 편저자들이 1년간 공력을 기울여서 내용을 정리하고 편집했습니다. 대한철학회가 60여년의 역사를 가진 만큼 2천500여편의 논문을 정리하는 것도 큰 일이었지요. 일부 글들은 현재 표현에 맞게 정리하는 작업도 거쳤습니다. 이 작업은 우리나라 철학 학회 중 기념비적인 일이고, 우리나라 철학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자평합니다."
11일에 열릴 학술대회에서 칸트와 함께 조명될 학자는 허유 하기락 선생이다. 대한철학회 초대 회장이기도 한 하기락 선생은 영남 철학 학계의 선구자이자 아나키즘 철학을 연구한 학자다. 하기락 선생을 이번 학술대회에서 조명하려 하는 이유를 장 회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나키즘'을 다시 말하면 인간의 해방과 자유를 말합니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는 민주화와 자유화를 이룩했지만 사실 자본, 기술, 미디어 등에 의해 보이지 않는 구속이 많죠. 자기가 판단하기 이전에 타인의 조작된 정보에 둘러싸여 구속받는다는 말이죠. 역사상 가장 많은 자유를 누리는 현대인이 왜 더 구속감을 느끼고 답답해하는지를 하기락 선생의 사상을 통해 돌아보자는 것이지요."
요즘 시대를 '철학이 부재한 시대'라고 이름붙여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철학 분야의 학문 여건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철학을 배워서 어디다 쓰나"라고 할 정도로 철학을 배운다는 것에 대해 시선이 부정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장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철학이 가장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의 유용성을 이야기하는데요, '가장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가장 심하게 구속돼 있다고 느끼는 시대'인 현대 사회에 오히려 철학의 유용성은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결국 도구, 기능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판치는 이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이 시기에 특정한 어떤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동적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때에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에 철학은 큰 역할을 해 줄 겁니다."
장 회장은 철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으로 철학과 가까워지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사상을 배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삶을 어떻게 충실히 살아나갈까를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되겠습니다. 유학(儒學)을 처음 배울 때 쓰는 책인 '소학(小學)'에서 처음 가르치는 게 '쇄소응대(灑掃應對)', 즉 일상생활을 어떻게 잘 살아나갈 것인지부터 이야기하거든요. 그 다음에야 '대학(大學)'에서 말하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까지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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