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결단하라고 요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대구경북(TK) 정치권 일각에서는 'TK 다선들만 희생해야 하나', '정치의 전문성을 도외시한 요구' 등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 4차 회의를 한 뒤 브리핑에서 이 같은 요구를 했다. 이날 혁신위 발표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희생'을 주제로 했다. 지난달 30일 당내 통합에 방점을 둔 '대사면'에 이어 두 번째 제안이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구체적 대상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당 지도부는 '투톱'인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진의 경우 정치권에선 통상 3선 이상을 가리키는 만큼 당내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영남권 중진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이철규 의원 등을 지목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인 위원장이 당초 '2호 제안'의 하나로 검토하겠다고 했던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는 이날 발표에서 빠졌다.
이 외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의결해 당에 수용을 촉구했다. 혁신위는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당에 법안 발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혁신위 발표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TK 의원 중 3선 이상은 주호영(5선), 윤재옥(3선), 김상훈(3선) 의원 등 3명이다. 이들 주변에선 김기현 대표가 이날 내놓은 반응인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와 궤를 같이한다는 입장이 나온다.
다만 "영남권 중진 의원이 갑자기 온 수도권 주민들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TK에서 중진 의원이 다 빠지만 초·재선만 남아 무게감이 떨어지게 된다", "중진 불출마는 정치의 전문성을 무시한 가벼운 발상"이라는 등 격한 비판 목소리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TK 중진 불출마 혹은 수도권 출마는 선거 때마다 반복됐던 쇄신안의 하나였다"며 "혁신위는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제안이라도 할 수 있다.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당과 지도부의 판단"이라며 이날 혁신위 발표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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