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김보경 대구 달성군의원의 어머니 고 이말란 씨

애교 부린답시고 "엄마, 쌈 하나 싸 주세요"했는데, 생경스러워 하신 어머니

김보경 대구 달성군의원(사진 왼쪽) 어머니 고 이말란 씨가 아들인 김 의원에게 쌈을 싸 주는 모습. 김보경 달성군의원 제공.
김보경 대구 달성군의원(사진 왼쪽) 어머니 고 이말란 씨가 아들인 김 의원에게 쌈을 싸 주는 모습. 김보경 달성군의원 제공.

어머니, 어머니를 떠나보낸 여름은 이미 멀리 지나고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어머니 계신 곳은 따뜻하신지요. 막내아들이 어머니 생각에 몇 자 적어 봅니다.

돌아가시기 전 군의원 사무실에서 바로 보이는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자주 찾아뵈려 했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쉽지는 않았었지요. 그래도 잠깐이나마 어머니 얼굴 뵙고 일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 생신 때 미역국을 만들어 갔었는데 기억하시죠?

혹시나 입 짧으신 어머니가 다 못 드시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맛있으시다며 다 드셨었죠. 그게 어머니 생전 대접해드리는 마지막 미역국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그래서 더 잘해드릴 걸 하는 생각에 죄송스런 마음도 가득입니다.

어머니와의 기억을 차차 더듬어봤습니다. 기억 속 어머니는 항상 저희들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항상 신중하신 성격 때문에 뭔가를 저지르는 걸 좋아하는 막내아들을 늘 걱정하셨지요. 잘 다니던 직장에서 노조위원장을 한다고 할 때도, 휴직하고 갑자기 군의원에 나간다고 할 때도 어머니는 "너무 앞에 나서는 것 아니냐"면서 걱정하셨고, 군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군의원이 받는 세비 금액을 들으시고는 "그걸로 아이들은 키울 수 있겠니?"라면서 걱정하셨죠.

돌아보니 저는 어머니의 칭찬을 많이 바랬던 철없는 막내아들이었던 것 같아요. 기억나세요? 제가 낙지나 대게 같은 맛있는 해산물을 구해서 어머니께 대접해 드렸을 때 어머니께 애교를 부린답시고 "엄마, 쌈 하나 싸 주세요"라고 했었잖아요. 어머니는 그 때 다 큰 막내아들의 애교가 생경스러우셨던지 쌈 하나를 싸시고는 팔을 쭉 뻗어서 입에 넣어주시기만 했죠. 사진을 보면 어머니는 저를 쳐다보기 부끄러워하셨던 것 같아요. 따뜻한 눈길 한 번 받으려고 했었던 애교였는데 어머니는 그렇게 쌈을 주셨었죠.

어머니의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어요. 항상 힘들게 사셨던지라 항상 처음 하는 걱정이 '먹고 사는 것'이었음을, 사는 게 힘들다 보니 자식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으시다는 사실을 다 커서는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께 한 번은 "'사랑한다', '고맙다'고 말하는 게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자주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는 끝끝내 그 말씀을 하지 않으셨죠. 어려운 삶에 그런 말을 쓸 일이 없었다는 거, 그래서 누군가에게 '사랑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쓰는 게 습관이 안 돼서 힘들어하신다는 걸 다 커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저도 '경상도 남자'다 보니 어머니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는 않았었나봐요. 내가 먼저 어머니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했었나? 어머니께 사랑을 드리지 않고 먼저 받으려고만 한 건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런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입관할 때가 돼서야 어머니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지만 어머니께 전달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니었을까 후회되기도 합니다.

어머니, 요즘 성당에 가면 어머니를 위해 기도합니다. 어머니가 계실 그 곳에서는 더 이상 걱정 같은 것 하지 마시고, 그 곳에서 행복만 누리시기를요. 평생 한글을 깨치지 못하신 걸 한으로 남기셨기에 어머니 곁에 묻어드린 한글 공부 책으로 한글도 공부하시면서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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