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북 포항시민들이 지진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매일신문 지난 16일 보도 등)이 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를 상대로 한 단일 사건 손해배상 소송으로는 최대 규모일 1조4천억원 대 줄소송이 예고되고 있으며, 법조계에선 특수를 선점하기 위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등 '수임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소송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일괄 배상하는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포항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의 판결로 지진 당시 포항에 거주하고 있었던 시민이라면 누구나 200~300만원 상당의 정신적 피해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지진 등 2건의 지진 당시 모두 포항에 거주한 시민이면 300만원, 이 중 하루만 포항에 있었다면 200만원의 피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선고다.
포항시 등은 지진 당시 포항에 거주하고 있었던 시민들의 수가 약 45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들이 모두 소송에 참여해 1심 재판 결과대로 배상액을 받았을 때 1조4천억원 상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소송 규모가 거대하다 보니 지역 법조계도 사건 수임 움직임에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소송에 회의적이던 변호사들도 이런 결과가 나오자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소송에 참여하게 되면 우리 사무실을 이용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년 전 소송을 시작해 승소를 이끌어낸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법무법인 서울센트럴), 포항지역 변호사들로 구성된 포항지진 공동소송단 등은 그동안 소송으로 쌓은 '노하우'를 장점으로 내세우며 추가 소송 신청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변호인 측의 소송비용은 대체로 착수금 3만원 안팎, 성공보수 5~6%대로 개인의 입장에서 비교적 저렴하다. 하지만 신청인이 10만명이 된다면 150억~180억원대의 성공보수를 챙길 수 있게 된다.
한 변호인은 "누가 신청인을 많이 모으는지 눈치 싸움이 되고 있다"며 "정부가 항소를 하더라도 피해액 인정 금액에는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 자칫 신청인을 모으는 데에 과열양상을 띠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렇듯 혼란한 분위기가 조성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 등에선 소송으로 인해 야기되는 각종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일괄 배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병욱 의원 등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를 상대로 한 시민의 소송대란이 시작될 것이고, 이어질 법적 공방은 시민에게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며 "포항시민에게 소송에 상관없이 일괄 배상하는 특단의 조치도 강구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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