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가 쇠파이프로 4년차 전공의 폭행…"인내심 시험 말라니까"

담당교수에게 뺨을 맞는 4년차 전공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광주 조선대병원 신경외과 한 교수가 전공의를 쇠파이프로 때리는 등 상습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병원 측은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교수와 전공의가 마주치지 않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한편 진상 파악에 착수했다.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학병원 전공의입니다. 상습 폭행에 대해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광주 소재 지방사립대 신경외과 4년 차 전공의'라고 밝힌 A씨는 "담당 지도교수 B씨에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B교수의 폭행은 지난 8월부터 지속됐다. 쇠파이프로 A씨를 여러 차례 때리고 주먹으로 복부를 수차례 때렸다고 한다. 또 안경이 휘어질 정도로 뺨을 때리고 목덜미를 잡고 얼굴을 키보드에 갖다 대기도 했다.

A씨가 공개한 병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B씨로 추정되는 교수가 병원 복도에서 안경을 쓴 남성의 뺨을 수차례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폭행을 당한 남성은 뺨을 맞으면서도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상태였고 이후에는 자신을 때린 사람 뒤를 따라간다.

녹취록에서도 B씨의 만행은 드러났다. A씨가 올린 녹취록에는 B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아휴"라는 고성과 구타 소리가 이어진다. 이에 누군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폭행하는 소리가 나왔다.

A씨는 "여러 환자들이 지나다니는 병원 복도에서,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심지어 외래를 보러 온 환자 앞에서 수차례 구타당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폭행뿐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일 B교수와 함께하는 수술과 회진시간이 끔찍하게 두려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전공의 4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시점까지 한 번만, 하루만 더 참자. 나만 참으면 나만 모르는 척하면 모두 괜찮을 것이라고 주문을 외며 스스로 무던히도 달래고 위로해왔다"고 했다.

A씨는 B교수가 꿈에 나오는 등 극심한 트라우마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B교수가 쇠파이프를 들고 수차례 폭력을 행사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잠을 설치기도 한다"며 "주먹으로 복부를 구타당한 후 한동안 헛기침 증상이 있었을 때 왜 자꾸 기침을 하는지 걱정하는 아내에게 병원 침상에 부딪혔다고 둘러대는 제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A씨는 B교수가 전공의들을 상대로 자행해온 폭행에 대한 진상조사와 해임을 촉구했다.

이에 조선대병원은 21일 교육수련위원회를 열고 신경외과 소속 B교수에게 제기된 전공의 폭행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1명이고 양측 분리조치를 했다"며 "위원회 결과에 따라 A씨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