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지진 촉발한 정부…인정과 사과도 없이 항소라니요"(종합)

포항시민·법조계·정치권 등 비난 여론 거세

지난 2일 오후 포항중앙상가 실개천거리에서
지난 2일 오후 포항중앙상가 실개천거리에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가 정부의 지진 손배소송 항소에 따른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범대본 제공.

정부가 경북 포항지진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 인정하고 소송 대란 등 혼란(매일신문 지난달 28일 등 보도)을 수습하기보다는 항소를 선택해 포항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정부법무공단은 지난달 30일 포항지진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한 항소장을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제출했다.

공단 측은 법원 판결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등 소송 수행청의 의견을 종합해 이번 항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항소에 따라 대구고법에서 2심 재판이 열린다. 이 재판에 정부와 함께 항소장을 넣은 포스코도 참여한다. 포스코는 정부보다 앞선 지난달 23일 항소장을 법원에 냈다.

포스코는 포항지진을 촉발한 정부의 지열발전사업에 참여했지만 지진의 원인이 된 지하 천공 및 시추와는 무관한 사업을 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항소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 등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범대본은 지난 2일 오후 포항시 북구 죽도동 포항중앙상가 실개천에서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이들은 "정부가 포항시민들의 반감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항소장 제출 기간을 최대한 미루는 꼼수를 썼다. 게다가 포스코의 항소장을 바탕으로 손쉽게 항소장도 만들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피해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저질적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성은 범대본 의장은 "정부를 상대로 이기는 길은 시민들이 뭉치는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승소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50만 전체 시민이 소송에 동참해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지역 법조계도 정부의 이런 방침에 쓴소리를 했다.

포항지역 변호사들로 구성된 '포항지진 공동소송단' 소속 한 변호인은 "정부가 포항지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앞선 조사에서도, 특별법으로도 모두 확인된 사실인데도 어떤 사과나 해명도 없이 항소를 한 것은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며 "이런 모습에 미뤄 정부는 2심에서도 1심 때처럼 지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 역시 정부의 항소에 유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국민의힘)은 "정부의 항소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2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포항지진 피해 주민의 정신적 피해를 위로할 수 있는 일괄 배상을 비롯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심 선고로 국가 책임이 명확해진 만큼 위자료 일괄배상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지속 건의해 나가겠다"며 "아울러 시민들의 소송 편의를 위해 법령의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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