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예공화국] <7> 이선균 추모 칼럼…"다른 방법을 찾았어야죠"

사건 종결 후 몇 년 잊혀졌다 다시 복귀했다면
이선균 좋아했던 국민 대다수 “슬픔은 우리 몫”
당분간 국민 단골 성대모사도 못해 “봉골레 파스타 하나~”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대한민국은 연예 강국이다. 전 국민이 연예인(셀럽)에 열광하고, 어릴 때부터 꿈이 대다수 '연예인'이다.
대한민국을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만든 이선균 배우의 죽음. 연합뉴스
대한민국을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만든 이선균 배우의 죽음. 연합뉴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죠."

벌써 하늘나라로 간 국민배우 이선균의 발인식이 29일 끝났습니다. 이번 한 주는 이 나라의 뉴스를 도배할 정도로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그의 유서를 보면서 한편으로 '얼마나 괴로웠을까'라는 연민도 들지만, 극단적 선택은 결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15년 전 배우 최진실, 10년 전 야구선수 조성민의 잇딴 자살소식 만큼이나 국민들에게 큰 정서적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로맨틱+성공적"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논란이 됐던 당시 이병헌과 협박 여성과의 카톡 대화. 출처=디스패치

◆몇 년 잊혀진 후 다시 복귀했어야

살아생전 경찰조사 직전에 했던 이선균의 말대로 불미스런 일로 국민들 심려를 끼쳐드린 점은 맞습니다. 그야말로 심려를 끼쳐드린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부끄러움은 잠시라고 합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의 처벌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심려 정도가 아니라 국민적 충격이자 슬픔을 안겼습니다. 너무 황망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9년 전 국민배우 이병헌이 20대 여성 둘로부터 당한 협박 사건(50억원 요구)이 오버랩됩니다. 마약사건은 아니었지만, 당시 이병헌도 '바람둥이'라는 사생활 논란까지 일었습니다. 이 두 여성은 7년 전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병헌은 도덕적 비난에도 불구, 영화 '광해'(왕의 남자)에서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했습니다.

이선균 역시 마약만 빼면, 이병헌 협박 사건(금전 요구)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이선균 역시 잠시의 억울함보다는 보다 멀리 내다보고, "인생에 한번은 실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다독이고, 감싸야 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각종 손해배상도 어느 정도 조정을 통해 전 재산을 다 날리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렸다면 새로운 길은 열렸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실제 마약검사 결과도 1차, 2차 모두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지드래곤(권지용)처럼 무혐의로 종결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이 큽니다. 이선균이 사건 종결 이후 미국 헐리우드로 가서 연기 및 영화감독 수업을 받으며, 휴식기를 가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아쉬움마저 밀려듭니다.

"봉골레 파스타 하나~"라는 국민 단골 성대모사를 낳은 이선균 주연의 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MBC 제공

◆"봉골레 파스타 하나~" 단골 성대모사도 못해

슬픔은 당신을 좋아하는 팬들의 몫입니까? 개그맨들의 단골 성대모사 "봉골레 파스타 하나~"(MBC 월화드라마 '파스타' 중 이선균 목소리 톤의 변형된 대사)는 이제 누구도 웃으면서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이 한 단면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은 이름처럼 '이선균'이라는 선하게 웃음을 주는 배우 한 명을 잃게 된 것입니다.

외신마저도 당신의 사망소식을 타전할 정도였습니다. 미국 CNN방송도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받던 중 사망했다. 이 씨는 말끔하고 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보도로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지도 "1999년 데뷔한 이후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고, '닥터 브레인'으로 국제 에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선균은 한창 더 꽃피어야 할 나이에 세상을 등졌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5천만 국민들에겐 아직도 이선균의 얇게 울리는 마이크를 댄 듯한 맹맹거리듯 청아한 목소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이렇기에 당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은 더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기에, 천국 무대에서도 못다한 연기열정을 펼치기를 기원해 봅니다. 더불어 주체하지 못할 슬픔에 잠겨있을 배우자 전혜진 배우가 더 굳건한 마음으로 남편의 빈자리를 감당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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