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큰불이 발생한 가운데 주민 100여명이 모두 대피하면서 대형 참사를 피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각 세대 문을 두드리며 긴급하게 화재 상황을 알린 20대 주민의 노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30분쯤 방화동의 한 14층짜리 아파트에서 불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에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 거동이 힘든 이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현장을 빠르게 발견한 주민은 23세 청년 A씨였다. 그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던 중 타는 냄새를 맡았고 불이 난 곳을 발견했다.
소방이 도착하면 너무 늦을 것 같다고 판단한 A씨는 "빨리 대피하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아파트 1층부터 13층까지 각 세대 문을 두드렸다.
A씨의 외침에 주민들은 옷도 챙겨 입지 못하고 비상계단을 통해 아파트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A씨는 주민들을 대피시킨 후에야 아파트 밖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씨의 양손은 시커먼 재로 뒤덮였고 입에서는 검은 가래가 나왔다. 또 그는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주민 대피를 도왔다.
A씨의 도움으로 아파트 밖으로 나온 60대 주민 B씨는 "젊은 총각이 '불났어요, 빨리 나오세요'라고 해서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
A씨는 "연기가 자욱한 걸 보고 10분 정도 망설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이 떠올라 용기를 냈다"고 매체에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친부는 생전 "주변 사람들이 어려우면 한 몸 바쳐서 도와주라"고 했다고 한다.
한편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소방인력 108명과 소방장비 30대를 동원해 오전 7시 49분쯤 불을 껐다.
발화 원인은 14층으로 해당 세대에 거주하는 주민이 핀 담뱃불이었다. 이 주민은 "담뱃불을 붙이다가 불이 살충제에 옮겨붙었다"고 진술했다.
이 화재로 옆집에 거주하는 70대 여성이 대피 도중 연기를 흡입해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됐다. 다행히 현재는 의식이 돌아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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