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생 법안 나 몰라라 하는 21대 국회의 직무 유기

여야가 겉으로는 '민생 최우선'을 외치면서도 정작 민생 법안 입법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 법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정쟁에 매몰되면서 일손을 놓은 상태다. 여당과 정부는 법안 처리를 위한 설득이 부족하고, 거대 야당은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면서 법안을 외면하고 있다. 사실상 국회의 직무 유기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과 기업들에게 돌아간다.

여야의 협상 불발로 83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내몰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가 무산됐다. 이 법은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영세 사업주들은 2년 유예를 눈물로 호소했으나, 여야는 강 대 강 대치와 '네 탓 공방'만 벌였다. 국가 에너지 안보에 꼭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1년 넘게 결론을 못 내면서 폐기 위기에 놓였다.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 기간까지 감안해 방폐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여당 안과 설계수명까지만 반영하자는 야당 안이 대립 중이다.

민생 법안의 우선순위을 놓고도 여야의 의견이 상반된다. 국민의힘은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국내 방산업체의 수출 지원을 위한 수출입은행법 개정,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 등을 중점 법안으로 꼽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과 새 양곡관리법 개정안, 지역의사제법 제정안 등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지만, 협상 의지는 찾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 구성한 여야의 쟁점 법안 논의 기구인 '2+2 협의체'는 활동 정지 상태다.

국민들과 산업계는 민생 법안 처리 지연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안보 및 경제 위기는 심각하다. 민생 법안 처리가 더 미뤄지면 안 된다.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1월 임시국회가 21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다. 시간이 없다. 여야는 최대한 협상력을 발휘해 다음 달 1일 예정된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주요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21대 국회가 그 정도 염치는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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