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설 선물 고민? 화과자 직접 만들어 선물 어때요

대구 동인동 화과자 공방 '우아미'

"이번 설날엔 또 뭘 선물하지?"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화과자! 고급스럽고 맛도 있는 화과자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결혼하고 3번째 맞는 설날. 추석까지 합하면 벌써 6번째 명절이다. 그러다 보니 시댁·친정에 웬만한 선물은 다 가지고 간 것 같다. 각종 건강식품이나 한우 혹은 과일. 물론 어른들은 "아무것도 사 오지 마라" 엄포를 놓으신다. 하지만 자식 된 도리로서 빈손은 영 염치가 없다.

SNS며 각종 쇼핑몰을 뒤지다 발견한 화과자. '어라? 이거 좀 예쁜데?' 심지어 화과자에는 설날 분위기가 물씬 난다. 복주머니 모양에 까치까지 올라간 모양새. 자세히 읽어보니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단다. "이거다! 며느리 힘들다고 전도 못 부치게 하는데 화과자라도 멋들어지게 만들어 가봐야지"

'우아미' 사장 김진주 씨가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는 이날 화과자 제작의 모든 과정을 체험해보는 '레시피 클래스'를 신청했다.
'우아미' 사장 김진주 씨가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는 이날 화과자 제작의 모든 과정을 체험해보는 '레시피 클래스'를 신청했다.

◆'알록달록' 화과자, 설 선물로 딱이네!

대구 중구 동인동에 위치한 '우아미'에 도착하자 사장 김진주 씨가 환하게 기자를 반긴다. 가게로 들어서자 깔끔한 인테리어와 각종 화과자가 기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예쁜 화과자를 만들 수 있을까? 기자는 동네에서 유명한 똥손 중의 똥손. 긴장하고 있는 기자를 화과자 베테랑 진주 씨가 이끈다.

"화과자는 일본 전통 과자입니다. 저도 일본 장인의 제자에게 화과자를 배웠어요" 사실 진주 씨는 벼를 연구하며 박사 학위까지 받은 연구원이었다. 연구원으로 일하다 포닥(박사 후 연구원)으로 서울 모 대학에 취직까지 했었다고. 그렇다고 여태껏 쌓아온 경력이 화과자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제가 해온 연구가 육체노동이 많은 직업이에요. 실험도 손기술이 필요하고요. 미세하게 뭔가 만져서 측정하고 하는 것들이 세심한 스킬이 필요하죠. 화과자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주네요" 연구했던 '벼' 분야도 도움이 됐다. 주재료가 앙금이기는 하지만 화과자에는 쌀가루도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벼에 지식이 있다 보니, 재료를 배합하고 만드는 데 있어 도움이 꽤 되네요"

화과자를 만들기 위한 도구들. 똥손도 예쁜 화과자를 만들 수 있을까? 기자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화과자 클래스에 나섰다.
화과자를 만들기 위한 도구들. 똥손도 예쁜 화과자를 만들 수 있을까? 기자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화과자 클래스에 나섰다.

진주 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준비된 재료들. 기자는 레시피 클래스를 신청했다. 클래스의 종류는 레시피·원데이·키즈부 나뉜다. 레시피 클래스는 모든 과정을 다 체험하는 것으로 화과자를 만드는 반죽부터 앙금 만드는 것까지 전체를 다 배운다. 클래스를 마치면 레시피 북도 나눠주기 때문에 집에서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원데이는 레시피 클래스보다는 낮은 단계. 일정 단계까지 준비된 재료로 모양을 내고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키즈는 6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으며 단계는 똑같지만 조금 더 쉬운 디자인으로 클래스를 진행한다.

◆똥손도 도전 가능! 클래스 직접 해보니

자자! 집중! 기자 앞에 놓인 쌀가루와 앙금. 이 둘을 배합하면 반죽이 된다. 조물조물~ 만져보니 어릴 때 하던 찰흙놀이 같기도 하다. 반죽도 직접 선택할 수 있는데 종류는 꽤 다양하다. 쌀가루만 이용하면 '우이로우' 쌀가루와 앙금을 섞으면 '고나시' 앙금만 사용하면 '네리끼리'로 분류된다.

반죽에 따라 식감도 다르다. '우이로우'는 쫀득한 찰떡같은 식감, '고나시'는 적당한 부드러움과 적당한 찰기를 자랑한다. '네리끼리'는 앙금으로만 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부드럽고 입에 사르르 녹는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반죽으로 앙금을 싸야 하는데 반죽이 앙금이면 앙금과 앙금이 만나 극강의 단맛이 나온다. 그렇다면? 기자는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 기자가 선택한 고나시 반죽은 찜기로 이동했다.

기자가 설날용 복주머니 화과자를 만들고 있다.
기자가 설날용 복주머니 화과자를 만들고 있다.

반죽이 쪄지는 동안에는 안에 들어갈 앙금 소를 분배했다. 진주 씨가 건네준 앙금을 그램 수에 맞게 분배하면 된다. 일본에는 백앙금만 쓴다지만 진주 씨는 다양한 앙금을 쓰고 싶었단다. 그래서 우아미에서는 딸기나 콩가루, 녹차 분말을 섞어서 다양한 색깔과 맛을 낸다. 기자는 상큼한 딸기 앙금을 선택했다. 그리고 얼마 후 드디어 뜨끈뜨끈한 반죽이 찜기에서 나왔다.

반죽을 치댄 후 식용 색소를 뿌렸다. 오늘은 설날 선물용 화과자를 만들기 때문에 그에 맞는 색상을 선택한 것. 복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빨간 식용 색소를 반죽에 넣으니 반죽이 빨개졌다. 여기까지는 쉽다.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한 순간. 드디어 세밀한 디자인이 시작된다.

완성된 화과자. 사장님이 만든 예쁜 복주머니와 달리 기자의 복주머니는 꾸깃꾸깃 울퉁불퉁하다. 하지만 기자는 그저 신난다.
완성된 화과자. 사장님이 만든 예쁜 복주머니와 달리 기자의 복주머니는 꾸깃꾸깃 울퉁불퉁하다. 하지만 기자는 그저 신난다.

우선 반죽을 소분한 뒤 밀대로 반죽을 얇게 편다. 그리고 반죽으로 앙금을 감싸라는데… 아뿔싸! 자꾸만 꾸깃꾸깃하게 접힌다. 진주 씨의 복주머니는 예쁘게도 감싸지는데 기자는 왜 이리 멋이 안 나는지. 하지만 진주 씨가 만들어 놓은 고명틀을 반죽에 찍으니 설날 느낌이 물씬 나는 문양이 턱 찍힌다. 흰색 반죽위에 선명하게 박힌 '복(福)'. 거기에다 복주머니 입구를 노란색 줄을 꼬아 감으니. 이건 누가 봐도 복주머니다. 물론 사장님과 기자의 실력은 눈에 띄게 드러났다. 하지만 울퉁불퉁 꾸깃꾸깃 복주머니에도 기자는 마냥 신난다.

화과자가 완성되면 케이스에 넣어 포장도 할 수 있다. 똥손 기자도 몇 개 만들다 보니 손이 풀렸는지 실력을 꽤 발휘했다. 시댁과 친정에 선물할 생각을 하니 다시 한번 뿌듯. 보자기 포장까지 하니 제법 명절 선물답다. 화과자는 얼렸다가 녹이며 차갑게 먹는 것을 추천하기 때문에 보관도 걱정 없다. 냉동실에 보관하면 한 달도 거뜬하다.

◆어르신들 선물로 딱! 아이들도? "좋아요"

포장을 마치고 나니 밀려오는 걱정. '아, 우리 어머님 단거 싫어하시는데 어쩌지?' 이제야 그 생각이 들면 어떡하니. 자신을 타박하고 있던 와중 진주 씨가 괜찮다며 위로를 건낸다. 그도 그럴 것이 우아미 화과자는 시중보다 단맛이 훨씬 적다. "일반 레시피에서 저는 단맛을 많이 줄였어요. 어느 정도 줄여야 강하지 않을까라는 것을 생각하며 조절했던 것 같아요"

또한 기자가 선택한 반죽은 크게 달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네리끼리 반죽을 쓰면 앙금만 사용하다 보니 달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반죽에 쌀가루가 섞이면 아무래도 단맛이 줄어듭니다. 기자님이 선택한 반죽은 쌀가루가 섞여서 많이 안 달아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떡이랑 친근하잖아요. 그래서 아마 이 화과자는 어르신들 좋아하실 거예요. 걱정 마셔요"

화과자는 모양을 내는대로 다른 컨셉이 가능하다. 명절뿐만 아니라 졸업, 입학,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시즌 다양한 화과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
화과자는 모양을 내는대로 다른 컨셉이 가능하다. 명절뿐만 아니라 졸업, 입학,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시즌 다양한 화과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
화과자는 모양을 내는대로 다른 컨셉이 가능하다. 명절뿐만 아니라 졸업, 입학,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시즌 다양한 화과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
화과자는 모양을 내는대로 다른 컨셉이 가능하다. 명절뿐만 아니라 졸업, 입학,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시즌 다양한 화과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

우아미 화과자는 방부제나 식품 첨가물도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실온 보관은 24시간으로 짧지만, 이는 냉동 보관으로 해결하면 된다. 화과자는 한번 얼렸다가 녹으면 식감이 더 쫄깃하다. 그래서 얼려서 해동해서 차갑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달달한 화과자와 따듯한 차의 조합은 끝내준다. 차도 단 것 보다는 녹차류나 아메리카노를 추천한다.

보자기에 싸진 화과자를 보니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설날 선물로 이만한 건 없겠지? 센스 있는 며느리가 된 기분에 괜히 입꼬리도 씰룩. 명절뿐만 아니라 졸업, 입학,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시즌 다양한 화과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점. 아니나 다를까. 설 선물을 뭐로 해야 하냐는 친구들 단톡방이 시끌하다. 기자가 올린 사진은 단숨박에 핫이슈. "명절 선물로 딱이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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