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예고한 대로 13일 부산에서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4·10 총선 참여를 공식화했다. 본인이 지역구에 출마할지 비례대표로 나올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정당을 만들고 나서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조 씨의 이런 행보는 우리 정치의 저질화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면 자녀 입시 비리 등에 대한 1, 2심의 유죄 선고는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며, 사법부의 판단을 스스로 공언한 '비법률적 방식'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법률을 가르친 교수였던 게 맞나 싶은 도덕적 파탄의 적나라한 노출이다. 특정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그 사회의 법률적·윤리적·상식적 옳고 그름의 잣대를 종합 적용한 최종 판단의 지위를 갖는다. 그 판단은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가 나왔을 때에만 바뀔 수 있다. 조 씨의 '명예'를 '법률적'으로 회복시켜 줄 새로운 사실과 증거는 없다. 아직 대법원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조 씨는 자숙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 그것이 전직 법학 교수이자 법무부 장관인 사람에게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평균적인 상식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자세이자 도리이다.
조 씨의 신당 창당 선언은 이런 당위적 요구에 대한 조롱이다. 우리 사회를 그리고 우리의 법치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러나. 이런 사람이 한때 법무부 장관이었고 야권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 꼽혔다니 기가 막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한통속이다. 조 씨의 신당 창당 의사 피력에 "불가피성을 이해한다"고 했다. 조 씨의 신당 창당이 어째서 불가피하다는 것인가. 그런 식이라면 세상 그 어떤 것도, 조 씨의 범죄 혐의처럼 도덕적·윤리적으로 용납 불가능한 것도 불가피하지 않을 것도 없다. 우리 편이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 지독한 도덕적 허무주의이다. 이런 사람이 한때 대통령이었다니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코미디이다. 우리 정치판은 이렇게 저질 난장판이 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尹파면' 선고 후 퇴임한 문형배 "헌재 결정 존중해야"
'퇴임 D-1' 문형배 "관용과 자제 없이 민주주의 발전 못해" 특강
"조직 날리겠다" 文정부, 102차례 집값 통계 왜곡 드러나
헌재재판관 지명 위헌 논란…한덕수 대행 역풍 맞나
한덕수 돌풍, '어게인 노무현'?…영남이 선택한 호남 후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