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인4쌤의 리얼스쿨] 메타인지, 진정한 공부를 위해 필요한 것들…

3월 신학기,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 익히는 게 중요
자투리 시간·메타인지 활용, '진정한' 공부 시간 확보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3월 첫날. 1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자습을 하라고 시간을 줬더니 한 녀석이 말한다.

"선생님, 배운 게 없어서 공부할 게 없는데요?"

자투리 시간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이럴 때마다 느낀다. 공부 내용뿐만 아니라 공부 방법에 대한 과목도 따로 개설해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지. 10분의 시간을 주고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이 학생은 어떤 학생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미처 못 외웠던 영단어집을 꺼내 암기를 시작하는 학생, 늘 갖고 다니는 책을 꺼내 읽는 학생, 앞으로 배울 교과서를 꺼내서 본문을 구경하는 학생 등 자습 방식도 제각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투리 시간이라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서는 아침마다 자습 시간이 10~20분 주어진다. 이 시간을 5일 모으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1주일, 1달, 1년이 모이면 그 시간의 중요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자투리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성실한 태도도 기를 수 있다. 매일 짧은 시간 안에 지속적으로 무언가 꾸준히 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해마다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자투리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메타인지를 잘 활용하자

나는 쪽지 시험을 칠 때 학생들에게 1가지를 더 적으라고 하는데, 바로 자신이 예측한 자신의 점수이다. 그러면 놀랍게도 상위권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을 잘 예측한다. 그만큼 메타인지가 발달한 것이다.학생 대부분은 그저 교과 내용을 공부하기에만 급급하지 자신이 그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잘 체크하지 않는다.

"선생님, 이거 잘 모르겠어요."

"그래, 어느 부분을 모르겠어?"

"음... 다요. 아니오, 1번까지는 이해했는데 2번부터는 잘 이해가 안 가요."

"그럼 1번 내용을 말로 풀어서 설명해 볼래?"

보통 이렇게 얘기하면 1번 내용조차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그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이렇게 내용을 상대방에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한다. 특히 본인보다 더 어린 동생에게 가르쳐준다고 가정하고 설명하면 좋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이해 여부도 점검할 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다양한 사례를 찾으면서 교과 내용이 더 단단하게 내 것이 된다.

그래서 나는 국어 수업을 할 때 수업 시작 직후 5분, 수업 종료 직전 5분을 자신의 인지 여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수업 시작 직후 5분 동안은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 중 기억나는 3가지를 적도록 하고, 수업 종료 직전 5분 동안은 그날 배운 내용 중 기억나는 3가지를 적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맞고 틀리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틀리더라도 자신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고 해당 부분을 다시 찾아서 공부한다. 수업 시간이 아닐 때도 이렇게 메타인지를 활용하면서 공부해야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

◆진정한 공부 시간을 확보하자

학생들에게 자신의 하루 공부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보면 학교 수업을 듣는 시간과 학원 간 시간을 죄다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수업을 들으면, 학원에 가면 공부를 하는 게 맞는 것일까? 수업 중 교사가 설명하고 그 설명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면 그 시간 중에 가장 밀도 높은 공부를 한 사람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이다. 실제로 반을 바꿔가며 수업하다 보면 맨 마지막 반 수업이 가장 마음에 들곤 한다. 설명할수록 더 이해하기 쉬운 예를 찾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었다면 자신만의 정리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내 머릿속에 들어가서 내 말로 다시 인출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쓰이는 시간이 '진정한 공부 시간'이다. 누군가 설명하는 내용을 멍하니 듣고 있을 때에는 그다지 큰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 내용이 나를 통과해 내 말로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할 때, 혹은 글을 써야 할 때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무진장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나는 학생들에게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하라며 공부할 시간을 주고 발표를 시켜본 후 방금 두뇌를 쓴 느낌을 잘 기억하라고 말한다. 머리가 그만큼 활동할 때만이 제대로 공부한 시간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그러면 많은 학생들이 놀란다. 그냥 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한 시간은 공부 시간으로 안 쳐준다니 야박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허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공부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자기 머릿속에 남는 것은 없다.

반드시 자신만의 진정한 공부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을 차차 늘려가는 것이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이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조운목 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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