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의힘 공천, 쇄신 동력 만들지 못 한 총체적 부실

격전지 악영향 이유로 텃밭 목소리 무시한 '무례 공천', 현역 살리는 '기울어진' 시스템 공천
낙하산 유혹 못 떨치고 지역 정치 생태계 파괴한 '한심 공천' 지적 이어져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막바지로 접어든 국민의힘 4·10 총선 공천이 텃밭을 중심으로 현상유지에 급급한 '날림 공천'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현역 국회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부실한) 시스템 공천'으로 정치신인 발굴이라는 쇄신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무감동 공천'이라는 비판여론에 직면하자 설익은 '국민추천 프로젝트' 카드로 '밀실 전략공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특히 텃밭 민심이 반영된 공천결과를 수도권과 격전지의 비판여론을 이유로 뒤집는 무례까지 범해 민심이반이 더욱 극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오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도태우 후보(대구 중구남구)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며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재심의를 진행해 공천유지를 결정한 지 하루 만에 자신들의 결정을 다시 뒤집었다. 지역 정치권에선 그동안 당이 어려울 때마다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텃밭에 대한 무례함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 이랬다 저랬다(해서 되겠느냐)"며 "일부 영입 좌파들에 우왕좌왕하는 정당이 돼 버렸는데 우리가 투표할 맛 나겠나"라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여당의 모순적 행태도 문제지만 당면한 선거에 대응하느라 당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너무 얕아진 것이 아니냐는 원성이 이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지역민이 경선을 통해 선택한 후보 1명 정도 포함되는 게 무슨 문제냐"며 "상황에 따라 신념을 막무가내로 재단하는 보수정당에 누가 성원을 이어가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현역 국회의원 25명 가운데 무려 16명이나 재도전을 기회를 잡은 국민의힘 공천결과가 과연 지역민의 진정한 의중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에서는 이름도 모르는 국회의원'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설계한 시스템이냐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른바 영부인 리스크 우회(특겁법 부결)를 위해 현상유지를 위한 경선 중심의 공천이 이뤄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번 공천을 통해 국민의힘의 정체성과 국정운영 청사진을 가늠할 수 있는 정치 신인이 발굴됐느냐"고 지적했다.

현역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고비용 구조의 경선이 진행되면서 정치신인들에게는 죽을 맛인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푸념이 이어진다.

이와 함께 공천 막판 느닷없이 시도된 국민추천 프로젝트에 대한 불만도 이어진다. '운동장'에 발도 들이지 않은 인사가 공천권을 거머쥐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추천제는 지역 정치권의 인력충원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시도"라며 "이렇게 후보가 결정되면 누가 민생의 현장의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정치이력을 쌓겠느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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