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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 '발전을 위한 R&D가 최우선 과제'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퇴임

구슬을 꿰려면 단단한 실이 필요한 것처럼 기업 R&D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투자든 어떤 일이든 과감하게 행동하고 휘둘려선 안돼"…향토 기업 대구 본사 두고 성장해야 지역 살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역 기업인이 존경받고 힘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18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만난 이재하 회장은 "정말 잘해보려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모두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함께 힘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퇴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삼보모터스 회장인 이 회장은 제23대, 24대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연임하고 19일 퇴임한다.

◆2018년 3월 대구상의 회장 당선

그는 지난 2018년 3월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에 당선된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지역에 좋은 구슬(기업)은 있었지만, 이를 꿸 단단한 실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많았다"며 "단단한 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 본연의 역할인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결국 연구개발(R&D)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성능과 품질을 실험하기 위한 장비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해야 품질 높은 제품이 생산되고 제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진다. 진입장벽을 스스로 높여야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생각을 이뤄내기 위해 그는 취임 직후 'R&D 지원팀'을 신설했다. R&D 지원팀은 최근 3년 동안 224건의 과제를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코로나19 위기상황 정면 돌파

그가 대구상의 회장을 맡는 동안 역경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불황이 지속됐고 수많은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 처한 대구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는 임기 기간 중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과 만난 자리에서 특단의 자금지원을 직접 건의했다. 이후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등 지역 기업들의 자금난이 크게 해소됐다. 이 회장은 "당시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대출 등 자금난 해소를 위해 산술적인 요소 등 머리를 쓰기 보단 가슴으로 판단해 어려운 기업을 도와달라고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고, 진심이 통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사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거침없는 지략을 발휘하는 이 회장의 철학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세계적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화풍과도 닮아있다. 젊은 시절 교사를 할 정도로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이 회장은 그 시절부터 거리낌 없고 시원한 터치를 구사하는 고흐로부터 영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투자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마찬가지다. 과감하게 행동하고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업이 국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기업인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승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매각 시 세금을 내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회장은 재임 동안 지역 향토기업인을 아카이빙하는 '대구 디지털 기업가 박물관'도 설립했다. 기업인의 발자취를 남기고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했다. 현재 대구상공회의소는 온라인 기업가 박물관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기업가 박물관 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구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역 인재들이 향토 기업가를 꿈꿀 수 있도록 역사를 기억하고 전통을 계승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심해 왔다"며 "꼭 기업가 박물관이 문을 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투자 확대·기업 성장 위해 노력"

이밖에 그는 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기업이 살아남는 것은 결국 좋은 인재들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교육의 도시로 불리는 대구가 기업이 잘 되는 도시로 성장하고 생산성을 갖추기 위해선 질 높은 교육을 받은 이들이 많이 남아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동부소방서 후적지에 건립을 추진 중인 사업연계 기술개발(R&BD) 지원센터를 제대로 건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19일 임기를 마치는 그는 향토 기업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고 지역을 지켜달라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이 회장은 "대구 기업이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것은 상당히 존경받아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을 존경한다"며 "지역 사회를 위해 떠나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성장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삼보모터스 창립자이자 회장인 그는 "최근 신설한 멕시코, 미국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이제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이제는 지역의 향토 기업인으로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나아가 투자 확대는 물론 기업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18일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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