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주민 융화·포용 시대

김병구 논설위원
김병구 논설위원

15년 전, 경북 상주에서 친구 A의 결혼식 사회를 봤다. 신부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캄보디아 아가씨였다. 우리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도 결혼식 얼마 전이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A의 주례는 작은아버지가 대신했다. 작은아버지는 준비한 편지를 통해 먼 타국에서 온 며느리가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매사에 신경을 쓸 것을 A에게 당부했다. 그때까지 멀뚱하게 듣고 있던 신부는 작은아버지가 캄보디아어를 한글 발음 그대로 옮겨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읽어나가자 눈시울을 붉혔다. 예식장은 한동안 적막감이 감돌다 이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듬해 첫아이가 탄생했고, A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시골집에서 돌잔치를 했다. 돌잔치에는 A의 친구 몇 명과 함께 경기도와 충청도로 시집온 캄보디아 이주 여성 세 명도 먼 길을 달려와 축하해 줬다.

A의 부인은 한동안 우리 말과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했다. A의 부인이 한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상주 다문화센터였다. 무료로 우리 말과 문화는 물론 어려운 한국 역사까지 쉽게 가르쳤다. 다문화센터의 도움으로 외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국적 취득 시험도 통과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A와 부인은 각각 화물 운송과 마트 일을 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남매를 키우면서 알콩달콩 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심각한 지방 소멸 위기에 내몰린 경북이 최근 외국인 융화·포용을 통한 '아시아 이주 허브'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주민은 총 10만4천564명으로, 경북 인구의 4%에 달한다. 경북도는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유학생 등을 유치하고 지원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이주민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와의 융화다. 한국어 교육을 통한 원활한 소통, 한국 문화와 역사 교육을 통한 사회화 과정이 절실한 것이다.이런 점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대신해 이주민과 지역사회와의 융화에 큰 몫을 하고 있는 지역별 다문화센터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요구된다. 또 한국어와 사회화 교육을 담당할 '글로벌 학당' 운영과 이주민 2세대에 대한 자녀 맞춤형 돌봄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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