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나이롱 환자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법원은 지난 1월 보험사기 혐의로 기소된 A(70)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2012년부터 8년간 병원 7곳에서 1천 일 넘게 입원하면서 6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2억3천만원을 타냈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떠넘겨 죄질이 나쁘다고 했다.

교통사고 경상 환자는 타박상과 염좌 등으로 3~4주 치료를 받는데, 환자가 계속 치료받겠다고 우기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일부 의료기관은 과잉 치료도 한다. 결국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지난해 1월부터 경상 환자가 장기 치료를 받을 때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지난해 경상 환자 치료비는 8천633억원으로, 2019년(6천639억여원)에 비해 30% 올랐다. 특히 한방병원 치료비는 6천891억원으로 2019년보다 60% 늘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경상 환자들이 양방보다 약 2.9배 비싼 한방치료를 선호해 한방치료 지급액이 양방치료비를 추월했다.

경찰이 지난 3년간 적발한 교통사고 보험사기만 7천947건에 달하고, 6천218명을 검거(구속 165명)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진료비 심사에서 교통사고가 얼마나 컸는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범퍼만 부딪혀도 뒷목 잡는 '나이롱 환자'가 생기는 이유다. 보험개발원은 사고 규모와 부상 인과성을 판단할 실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사고 후 무조건 드러눕고 보는 가짜 환자를 가려내려는 작업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7월 9일까지 100일간 교통사고 보험사기 범죄와 상습 음주운전 위반자 특별 수사 기간을 운영한다. 고의 교통사고, 교통사고 후 허위·과장 보험금 신청 행위, 병원·정비소 등과 공모한 보험금 과다 신청 행위 등도 단속한다. 보험금을 받아내지 못한 미수범까지 면밀히 수사·검거할 방침이다.

사기는 중범죄다. 선량한 시민을 가해자로 만든다. 공조한 의료기관도 엄벌해야 한다. 이런 게 정의 구현이다. 그러고 보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며 입만 떼면 거짓말을 내뱉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픈 욕심만 가득한 채 금배지 달기에 혈안이 된 '나이롱 정치인'을 걸러낼 총선일이 하루 앞이다. 쉽지 않겠지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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