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과일값 비싼데 품질은 별로"…시름 깊어진 도매시장 상인들

사과 도매가 10kg 9만원대…평년보다 114% 올라
물량 적어 경매도 일찍 끝나 "잘 안 팔려…상해 버리기도"

9일 오전 6시쯤 대구 북구 농산물도매시장. 정부의 과일값 지원으로 사과와 배 등 과일의 소매가격은 내렸지만 도매가격은 여전히 높아 중도매상, 소매상 모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소연 기자
9일 오전 6시쯤 대구 북구 농산물도매시장. 정부의 과일값 지원으로 사과와 배 등 과일의 소매가격은 내렸지만 도매가격은 여전히 높아 중도매상, 소매상 모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소연 기자

정부의 과일값 지원으로 사과와 배 등 과일 소매가격은 내렸지만 도매가격은 여전히 높아 중도매상, 소매상 모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오전 6시쯤 찾은 대구 북구 농산물도매시장. 딸기, 사과, 토마토 등 과채류를 경매하는 A동 내부에는 과일 상자들이 쌓여있었고 그 주위를 경매차와 중도매상, 소매상들이 둘러쌌다.

경매사들은 특유의 리듬감 있는 추임새로 경매장 안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응찰기를 든 상인들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과일을 낙찰받은 사람은 "품질이 좋지 않다"며 줄곧 불만족스러워했다. 이날 경매장에는 품질 좋은 물건을 낙찰받은 도매인의 환호성도, 낙찰받지 못한 도매인의 아쉬운 표정도 없었다.

과일 공급 물량이 감소한 탓에 경매장 내부가 한산했다. 특히 공급 부족으로 값이 천정부지로 뛴 사과의 경매 물량은 한눈에 봐도 부족했다.

경매 소요 시간도 줄었다. 도매시장에서 5년째 근무하는 김승민(30) 씨는 "보통 경매가 모두 완료되기까지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물량이 적다 보니 1시간도 안 돼서 경매가 끝나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사과의 도매가격은 여전히 높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사과(후지·상품) 10㎏당 평균 도매가격은 9만1천660원을 기록했다. 5일 전 9만4천120원이었던 것에 비해 2.6% 내렸지만 평년 가격인 4만2천784원과 비교하면 114.1% 올랐다.

대구 내 사과 도매가격도 평년에 비해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다. 이날 대구 도매시장의 사과(후지·상품) 10㎏ 가격은 8만9천원이었다. 1년 전 4만2천500원에 비해 52%나 올랐고 평년 가격인 4만500원과 비교하면 54% 뛰었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서 35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기조(69) 씨는 "사과 가격이 2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며 "매주 3회씩 경매에 참여하는데 매번 가격도 마음에 안 들고 품질도 좋지 않아서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와 함께 토마토도 상황이 좋지 않다. 이날 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토마토(상품) 5㎏ 당 평균 중도매가격은 3만360원으로 평년에 비해 76.6% 올랐다. 대구의 경우 3만3천원을 기록해 평년 가격인 1만7천33원보다 93.7%로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다.

토마토 도매상 A(50) 씨는 "과일 도매가가 비싸서 마트나 시장 사람들이 과일을 안 사간다. 1년 전만 해도 토마토 20개를 팔았는데 지금은 10개만 팔린다"며 "과일은 금방 상하니까 경매로 나가지 않은 물량은 버려야 하니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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