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떴다방 공약’ 어쩌나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4·10 총선은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총선에서 숱한 공약들이 제시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수표(空手票)가 될 소지가 크다. 국민 삶을 개선할 공약이 더러 있지만, 재원 대책 없이 쏟아낸 '떴다방 공약'도 많다. 이런 공약은 정책의 정합성이 없다. 표심을 노린 '표(票)퓰리즘'일 뿐이다.

나라 살림은 빨간불이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돈 풀기·세금 깎아 주기 공약을 남발했다. '나라 곳간이 거덜 나든 말든 표만 얻으면 그만' '던져 놓고 아니면 그만'이란 식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신설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등 대형 공약들을 이구동성으로 내놨다.

특히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1인당 25만원 지급' 공약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13조원. 이 공약은 많은 예산이 들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여당·정부의 동의 없이는 공약을 이행할 수 없다. 민주당은 28조원짜리 저출산 대책도 발표했다. 민주당은 8개 정책에 최소 52조원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개별 정책의 비용은 깜깜이다. 국민의힘은 10대 정책 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내년에도 긴축 재정을 이어 간다. 내년 예산의 재량 지출을 10% 이상 줄이는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올해 국세 감면액은 지난해보다 10.9% 늘어난 77조1천억원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금투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액만 연간 1조5천억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정책의 비용은 '집계 불가' 수준이다. 이러고도 건전재정을 운운한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정치권은 예산 증가분과 지출 조정을 통한 예산 확보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한다. 어불성설이다. 지난 몇 년간 세금이 수십조원씩 덜 걷히고 있다. 전체 국가 예산 중 의무지출 비중은 50%가 넘는다. 이런데도 다른 예산을 줄여 수십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기가 막힌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세수 펑크'(56조4천억원)로 연구개발, 복지 등의 예산이 대폭 줄었다. 막무가내식 공약은 퇴출돼야 한다. 총선 공약의 비용 추계(推計) 발표를 의무화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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