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처 살인 혐의 '세기의 재판' OJ 심슨, 암 투병 중 76세로 사망

미식축구 스타로 최고인기 누리다 영화배우 등 활동…살인 혐의로 추락

미국 풋볼 스타 O.J. 심슨이 지난 2017년 네바다주(州) 러브락 교정센터에서 가석방 결정을 받을 당시 모습.
미국 풋볼 스타 O.J. 심슨이 지난 2017년 네바다주(州) 러브락 교정센터에서 가석방 결정을 받을 당시 모습.

전처 살해 혐의로 '세기의 재판'을 치렀던 미식축구 슈퍼스타 O.J. 심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심슨의 변호사는 11일(현지시간) 그가 전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망했다고 미 연예매체 TMZ에 밝혔다.

심슨의 가족들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가 암 투병 끝에 숨졌다면서 "(사망 당시)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고 전했다.

심슨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어려서 구루병을 앓으며 병약했던 심슨은 이를 극복하고 버펄로 빌스와 샌프란시스코의 49ers 소속으로 미 프로 미식축구 연맹(NFL)에서 활동하며 프로 풋볼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1973년 심슨은 2천야드 이상을 러싱한 최초의 NFL 선수로 기록됐다.

심슨은 할리우드에서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네이키드 건'(Naked Gun) 시리즈를 포함해 20편 이상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활약했으며,등 다수의 광고에도 출연했다.

심슨의 인생은 1994년 6월 12일 전처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의 연인 로널드 골드먼 살인사건으로 추락했다. 그는 이들의 살해한 혐의 기소돼 오랜 재판 끝에 형사상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사건 자체는 미제로 남아 있다.

특히 사건 발생 5일 후 경찰이 체포에 나서자 심슨은 약 2시간 동안 친구가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권총을 들고 자살을 위협하는 모습이 TV 방송으로 생중계되면서 스포츠 영웅이었던 그의 명예는 급추락했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이 재판은 미국의 엄격한 증거주의 판단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사 측은 혈액과 모발, 섬유 검사 결과를 제시하며 심슨이 질투심에 사로잡혀 전 부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여러 증거로 유죄 혐의가 짙었으나, 심슨 측은 인종차별주의에 사로잡힌 경찰이 심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한 심슨은 1995년 10월 3일 여성 10명과 남성 2명으로 구성된 흑인 배심원들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 많은 미국인들은 심슨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으나, 흑인들 상당수는 심슨이 무죄라는 상반된 시각을 보여 미국 내 인종 갈등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형사재판 후 별도의 민사재판 배심원단은 1997년 이 사건에 대한 심슨의 책임을 인정하고 브라운과 골드먼의 유족에게 3천350만달러(약 459억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그는 2007년 9월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카지노에 들어가 총을 겨누고 물건을 훔친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강도죄 등으로 최대 3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17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심슨의 유족으로는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자녀와, 브라운과의 두 번째 결혼에서 낳은 두 자녀 등 4명의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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