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복의 악순환? 이스라엘 방아쇠 만지작

"이스라엘 전시내각, 보복에 공감대…시기·강도는 이견"
미국, 중동 확전 방지 잰걸음… '반격에 신중해야' 압박
이란도 전방위 외교 총력전…중동 주요국, G7 등 가세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이언돔 방공 미사일 시스템 부근에 한 소년이 당나귀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아이언돔 방공 미사일 시스템 부근에 한 소년이 당나귀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즉각 자국 본토에 대한 이란의 공격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재보복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이어 또 다른 전쟁이 추가로 벌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 보복 공감대…시기·방법 저울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그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 그리고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의 3인을 주축으로 하는 전시내각은 14일(현지시간) 오후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을 포함한 대응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한 직후 해당 안건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한다면 중동 전쟁으로 확전할 수 있다며 보복을 만류해 왔다.

하지만 실제 회의장에서는 참석자 다수가 이란에 대한 재보복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다만 대응의 시기와 강도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고 전했다.

큰 피해가 없었다고는 해도 무려 350발의 자폭 드론(무인기)와 미사일을 퍼부은 이란의 행동에 아무런 대응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는게 전시내각 각료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는 것이다.

전시내각 구성원인 간츠 대표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적합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즉각 보복에 선을 그은 건 이런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스라엘 극우연정내 주요인사들은 신속히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전시내각을 압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표적 극우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제 우리는 (이란에 대한) 치명적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가운데)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G7 정상회의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직후 소집됐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가운데)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G7 정상회의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직후 소집됐다. 연합뉴스

◆미국, 확전 방지 잰걸음…중동 국가와 연쇄 접촉

이스라엘의 최우방인 미국은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재보복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반격할 경우 양국이 계속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더 큰 규모의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4일 NBC, ABC 등 방송에 출연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대응은 전적으로 그들에 달렸으며 우리는 이를 존중한다"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중동에서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동지역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조율에도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중동 국가 외교장관들과 연쇄 전화 협의를 갖고 '확전 방지'를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등과 각각 통화하면서 미국이 이스라엘 방어를 계속 지원하겠지만 사태의 악화는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이날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 방어할 것이며, 동시에 사태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란도 전방위 외교 총력전…G7 등도 가세

이란도 이스라엘 공습 다음날인 14일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의 외교 수장들과 잇따라 정세를 논의했다. 이란은 공격의 빌미를 이스라엘이 제공했다고 강조하며 국제무대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려고 외교 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다. 보렐 대표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이란의 군사대응이 예상됐다며 이란이 작전을 종결한 것으로 본다는 데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동 주요국들도 확전 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통화해 역내 분쟁이 더 번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과 긴장 고조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상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주요 7개국(G7·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규탄하는 동시에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G7 정상들은 이날 영상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이 "통제할 수 없는, 지역의 긴장 고조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 이는 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회의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전례 없는 공격을 만장일치로 규탄한다"면서 "모든 당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썼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