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만추'부터 돌봄 특구까지, 경북도 '원스톱' 저출생 극복 방안 눈길

13일 브리핑 통해 체감형 20대 전략 시행 과제 공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3일 오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13일 오전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저출생과 전쟁 100대 실행 전략'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금 저출생 문제는 우리가 시간을 두고 진행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비상사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국가적 재앙으로 떠오른 저출생 문제 해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부담을 줄여주고 많은 부분을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에서도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더 자유롭고 충분하게 쓸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겠다"며 "시차 출퇴근, 근무시간 선택제 등 육아기 유연 근무를 제도화해서 일과 육아의 양립 환경을 든든하게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약속은 13일 경북도가 발표한 '저출생과의 전쟁 필승 실행계획'에 모두 담겼다. 올 초부터 '저출생 극복'을 민선 8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한 경상북도는 만남 주선에서부터 출산, 돌봄, 주거 등 전주기를 아우르는 대책과 구체적 시행 계획을 이날 발표했다.

◆저출생 극복 20대 핵심과제 추진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통해 "피부에 와닿는 경북 대표 저출생 극복을 위한 20대 핵심 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언한 경북도는 ▷만남 주선 ▷행복 출산 ▷완전 돌봄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6개 분야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이번에 중점 추진하기로 한 20대 핵심 과제는 저출생 극복 사업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일선 현장 의견을 가장 우선적으로 수렴해 선정한다.

◆저출생 극복 시작은 '자만추'

경북도는 20~30대 청춘 남녀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진하기 위해 '결혼정보회사' 역할을 맡기로 했다. 미혼 남녀 간 국제 크루즈 여행과 청춘동아리 운영 등 다양한 지원을 마련했다. 국제 크루즈 여행은 포항(영일만항)에서 출발해 일본을 경유해 부산으로 돌아오는 5박6일 간 일정으로 기획했다. 선상에서 커플 매칭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방안 등을 계획 중이다.

'연애시 행복읍'으로 명명한 솔로마을도 운영할 예정이다. 솔로 마을은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 데이팅 프로그램과 유사한 콘셉트로 미혼 남녀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진한다. 단기체류 형태로 입주가 가능한 솔로마을은 여름 휴가철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지역 관광지에서 운영되며, 점차 미혼 남녀 간 공식적인 만남의 장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게 경북도의 구상이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 등 예비 엄마·아빠를 대상으로 한 가족여행 등을 지원한다.

저출생 극복 20대 과제 중점 추진 방안. 경북도 제공.
저출생 극복 20대 과제 중점 추진 방안. 경북도 제공.

◆남성 난임까지 지원

난임은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난임 진단자 중 남성 비율은 약 35% 수준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도는 이에 체외·인공 수정 등 전국 최초로 남성 난임자의 시술비를 선제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임신·출산을 위해 냉동 난자를 사용할 경우에는 보조생식술 비용 등을 지원한다. 보조생식술 지원은 난임 진단 여부와 관계 없이 이뤄진다. 난임·고위험 임신 여성에 대해선 조기 예방을 위한 필수 가임력 검진(산전 검사 등)을 지원한다.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도 도내 각 권역별로 확대 운영해 심리 상담과 정서적 뒷받침 역할을 할 계획이다.

임산부·영아에 대한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가정방문을 통해 건강·발달 상담, 양육 교육 등을 최대 29회까지 지원하는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마련한다. 출산 가정에는 건강관리사를 파견해 산모의 건강 회복과 신생아 양육도 동시에 지원한다.

또한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을 각 권역별로 확대 설치·운영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의료 기반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 대해선 시·군이 공동으로 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운영비 부담 등을 덜기로 했다. 또 신생아 집중 치료센터, 분만 산부인과 운영 지원 등 촘촘한 의료 안전망도 구축한다.

◆돌봄·주거는 지방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돌봄 분야에선 공동체 보육 활성화를 추진한다. 24시간 돌봄 마을, 돌봄 도서관 운영과 돌봄 특구 조성 등이 주요 사업이다.

'24시간 돌봄 마을'은 도시형·농촌형·산단 특화형·신도시형 등 지역 여건에 맞게 특색 있게 운영한다. 경북도는 앞으로 시범 운영을 통해 개선점 등을 확인해 이를 전국 확산 모델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특히 기존 돌봄 기관과 상생을 추진하면서도 현장에서 꼭 필요한 수요를 반영해 신규 시설을 확충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한다.

돌봄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 등 소프트웨어도 속속 보강한다.

도청 신도시 내에는 756가구 규모의 양육친화형 공공주택을 조성한다. 이곳에선 산재해 있는 돌봄 관련 시설을 집적화하는 한편, 민간 시설(병원·학원)이나 유관 시설(학교복합시설, 문화·체육시설) 등을 한데 모아 원스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거 분야에선 ▷다자녀가정을 위한 '큰 집' 지원 ▷청년·신혼부부 전·월세 지원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등 경제적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돌봄 친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 경북도 제공.
돌봄 친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 경북도 제공.

◆양육은 엄마아빠 모두의 몫

엄마와 아빠 모두가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하다. ▷육아기 부모 4시 퇴근 ▷초등맘 10시 출근제 정착을 위한 예산 지원과 함께 ▷아빠 출산휴가 한 달 ▷아이 동반 근무사무실 조성 등을 추진한다.

육아기 단축근무 활성화 기업에 대해선 육성 자금 우대 혜택을 주는 등 민간에도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밖에▷다자녀가정 우대·할인 ▷아동 친화 음식점 도입 ▷웰컴 키즈존 운영 등 현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정책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자녀 양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별 고정관념 타파를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도 확대·운영한다.

경북도는 이 같은 핵심 사업 추진을 위해 이달 초 도비 541억원을 포함한 추경 예산 1천100억원을 마련했다. 앞으로 국비·지방비와 함께 대대적으로 전개 중인 '저출생 극복 전 국민 1만원 모금 운동' 등을 통해 마련한 기금 등 재원을 총 동원해 1조2천억원 규모까지 투입 예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100개 과제 등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저출생 극복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저출생은 국가 존립 자체를 어둡게 하는 대재앙"이라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임계점을 넘어 더 이상 기회조차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마련한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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