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 아파트 브랜드 신뢰도 바닥…이름값 믿은 입주 예정자 발등 찍혔다

[르포] 대구경북 곳곳 무더기 하자
1군·대기업 계열사라서 계약…견본주택 다른 마감재 불안
균열·누수·외벽 철근 노출도
“사전점검 아닌 공사장 점검” 준공 승인 반대 집회 잇따라
미시공·중대하자 무더기 발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수분양자들

지난 3월 16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3월 16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서 입주예정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매일신문DB
서울 건설업체 아파트들이 부실시공으로 인해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부실시공 으로 입주민들의 분노를 산 대구지역 아파트 모습.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수성더팰리스푸르지오더샵, 수성 해모로 하이엔.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서울 건설업체 아파트들이 부실시공으로 인해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최근 부실시공 으로 입주민들의 분노를 산 대구지역 아파트 모습.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수성더팰리스푸르지오더샵, 수성 해모로 하이엔.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은 대구경북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무더기 하자와 부실이 끝없이 발견되고 있다. '내집 마련'의 꿈 속에 거액을 내고 기다린 입주예정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소위 '1군 건설사' 혹은 대기업계열사의 '이름값'을 믿고 계약했으나 이들이 눈으로 확인한 하자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대구 달서구 본리동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316가구)는 올곧지 않은 벽체 시공, 주차장 균열 및 누수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하자 신고로 인해 입주예정자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입주예정자들은 준공 승인 연기는 물론 설계도면 공개, 하자 대응책 마련 등을 요구한 상태다.

이달초에는 고성동 오페라 스위첸(924가구) 입주민들이 준공 승인에 반대한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사전점검 당시 "지하 주차장에 자재가 널브러져 있고 현관문과 변기가 설치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사전점검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곳은 하자 문제로 관할 구청으로부터 준공 승인이 반려되기도 했으나 바로 다음날 '임시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사를 앞둔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3월 16일에는 대구 북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1천207가구) 정문에 300여명의 입주예정자들이 운집해 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편 없는 하자시공', '날림공사 준공거부' 등 문구가 쓰인 현수막과 팻말 등을 든 주민들은 가구와 타일 파손, 창틀 누수 및 미시공, 견본주택과 다른 마감재 사용 등 무더기 하자 시공을 규탄했다. 이들은 바닥 수평 틀어짐, 하향식 피난구 계단 방향 오류, 옥상 루버 임의 변경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곳 단지는 공기 연장으로 이미 한 달 가까이 입주가 지연된 상태여서 입주예정자들의 불만 역시 극심했다.

실질적으로 모든 공사가 끝난 후 비교적 사소한 하자를 짚어야 할 '사전점검'이 외부공사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공사장 점검'에 가까운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수성구 파동 소재 수성더팰리스푸르지오더샵(1천299가구), 수성해모로하이엔(795가구) 입주예정자들이 시공사를 규탄한다며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 아파트 단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입주 45일을 앞두고 이뤄진 사전점검에서 도배가 이뤄지지 않거나 누수, 섀시 및 타일 시공 불량 등의 문제를 노출했다.

수성더팰리스푸르지오더샵에서는 인부들이 남긴 걸로 추정되는 술병, 담배꽁초 및 각종 오물자국이 남아 있었고, 수성해모로하이엔은 단지 곳곳에 건자재가 두텁게 쌓여 있고 도로 포장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호실 내부로 들어서기 전부터 "사전점검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대피공간 문 열림 폭이 41㎝에 불과한 곳 등 안전 관련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내집이라고 믿기 싫을 정도"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적시 준공 및 하자보수를 논하는 과정에서도 입주예정자들에게 다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산 중산자이 입주예정자들이 무더기 미시공 및 하자문제를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하며 지자체를 움직이기도 했다. 당시 입주예정자들은 사전점검에서 가구 미설치, 외벽 콘크리트 균열, 철제 난간 시공 부실, 천장 누수, 전기공사 배선 누락 등 3만7천여 건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례적으로 강한 반발에 경산시는 시공사에 '사전점검 재시행'을 요구하며 미이행 시 사용검사를 해줄 수 없다며 시공사를 압박, 이를 관철시켰다.

아파트 외벽 바깥으로 철근이 노출되는 '통뼈 아파트' 논란도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수성구 지산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 2개월 만에 아파트 2개동 외벽으로 철근이 노출돼 입주민들의 불안을 유발했다. 약 7층 높이에서 노출된 철근에 시공사는 문제의 부분은 잘라내고 콘크리트 피복층을 복원하는 보수공사를 실시했으나 입주자들은 시공 품질이나 장기적인 건축물 안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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