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잘나갈 때 일본 총리가 일본은 "신(神)의 나라"라고 떠들었지만 지금 일본은 30여 년간 초저성장하는 쇠퇴한 나라로 전락했다. 일본이 신(神)의 나라라면 한국은 '반도체의 나라'다. 40년 전 할아버지(삼성 이병철 회장)의 혜안이 미·중의 전쟁 속에서도 한국을 당당하게 만들었고, 한국에 달러박스를 안겨주었다.
그런데 한국 최고의 반도체 회사 주식을 외국인 투자가들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역대 최장 26일 연속으로 내다 팔고 있다. 반도체 부문을 책임지는 새로운 CEO가 반성문도 썼지만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파운드리 세계 2위인 한국 대표 기업을 외국인이 줄곧 내다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은 항상 옳고 돈은 항상 정확하다.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반도체 전문가가 아니라 'Mr. Money'(돈)에 물어야 답이 나온다. 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돈에는 국경이 없고, 애국심도 없다. 돈 되면 사는 것이고 돈 안 되면 파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 대표 기업을 파는 것에 대해 'Mr. Money'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한국의 1천416만 명 개미 중 이미 절반이 넘는 747만 명이 해외로 주식투자 하러 떠났다. 한국인들도 떠나는 시장을 외국인이 사줘야 할 이유가 없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주식 살 사람은 이미 마음도, 손도 떠났는데 정치권들만 싸움질하고 있다. 떠나는 투자가, 하락하는 증시에 다급해진 정부는 일본이나 중국의 것과 비교하면 별 감동도 없는, 배당률 높이고 지배구조 개선하고 등등 밋밋한 증시 밸류업(Value-up) 정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Mr. Money'가 알려주는 답은 첫째, 밸류업이 아니라 그로스업(growth up)이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만 돈은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른다. 세계 평균을 못 따라가는 낮은 성장을 하는 한국 주식 팔아 성장률 높은 다른 신흥시장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지배구조를 통째로 바꾸는 세제 문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하지만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20% 할증 과세를 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의 상속세율은 무려 60%나 된다.
어떤 증시 부양책보다 좋은 부양책은 기업의 이익 성장이다. 문제는 기업의 성장과 이익이 주주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정부에 간다면 대주주는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고 개별 투자가는 투자할 이유가 없다.
셋째 성장 주도 산업의 경쟁력이다. 증시에는 항상 주도주가 있다. 대마가 죽으면 판은 끝난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도 반도체, 증시의 최대 시총 기업도 반도체, 최대 무역흑자도 반도체에서 나온다. '반도체의 나라'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AI(인공지능) 시대에 AI의 핵심 반도체에서 한국 1위 기업의 기술력이 투자가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 기업 이익이 아니라 기술력이 문제고 당장의 먹거리가 아니라 미래 경쟁력에서 문제가 생겼다. 한국의 1위 기업은 AI 칩 파운드리에서 대만에 한참 뒤졌고, AI 메모리에서도 2위 기업에 밀렸다.
지금 세계는 AI 전쟁 시대로 진입했고 AI 전쟁은 반도체 전쟁이다. 이제 반도체는 민간기업의 수익사업이 아닌 국가 안보 산업이고, 민간기업 간의 경쟁이 아닌 국가 대항전이며, 반도체 지원금은 정부 보조금이 아닌 국방비인 시대로 바뀌었다.
한국은 지금 전력과 용수가 해결 안 돼 국가반도체단지가 시작도 못 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용수 부족에 농업용수를 우선 공급하고, 일본 구마모토는 TSMC 공장 유치로 교통 체증이 심해지자 공무원의 출근 시간까지 조정해 주는 판인데 한국은 대표 산업, 대표 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파격적인 지원은커녕 팔짱만 끼고 있다.
시력(視力)이 실력이고 미래를 읽는 눈이 돈이다. 4차 산업혁명은 입으로 구호로 하는 것이 아니고 체계적 지원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파격으로 이루는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는 'Mr. Money'의 심각한 경고다. 빨리 'Mr. Money'에게 길을 물어 답을 내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도 일본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보장을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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