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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이 대법원장 법 왜곡 수사한다니, 국격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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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1호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 사건이 1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이송됐다. 판결 내용을 이유로 대법원장이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는 것은 한국 사법 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법 왜곡 여부를 경찰이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대법원장이 경찰 수사를 받는 것도 외부에 보여 주기 민망한 모습이다. 사법부의 권위는 물론 국가의 격까지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사법부 수장이 수사 대상이 된 이유가 더욱 가관(可觀)이다. 지난해 5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할 당시 형사소송법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앞서 양승태·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각각 사법농단 의혹, 거짓 해명 논란 등으로 고발된 적은 있지만 판결이 왜곡됐다는 이유로 대법원장을 고발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게다가 헌법은 행위가 이뤄질 당시 법률이 범죄로 규정하는 행위로만 처벌할 수 있다는 '형벌 불소급 원칙'을 두고 있다. 신설 법안을 지난해 판결에 소급 적용하는 건 위헌 소지가 크다. 특히 법관의 판결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른 독립적인 고도(高度)의 지적 행위다.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법치주의를 따르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치적 이해관계와 배치된다고 해서 이를 형사처벌의 잣대로 삼는 것은 삼권분립, 사법권 독립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법관이 눈치를 보고 위축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법왜곡죄가 필요하다면 명확한 구성 요건과 남발 방지, 소급 적용 금지 등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 수사-검사 기소-법원 판결' 사건을 다시 경찰이 수사하는 '무한 반복'이나 하나의 법왜곡죄가 각 단계에서 결정을 내린 판사·검사·경찰을 다시 법왜곡죄로 고소하는 연쇄 고발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정치적 목적의 고발에 대해선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판단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호할 필요도 있다. 사법부 수장이 판결을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해프닝은 한국 현대사의 오점(汚點)으로 기록될 수 있다. 사법부가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도 사라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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