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닝머신 소리 하나도 안 들리네"…LH, 내년부터 층간소음 1등급 기술 적용 [영상]

신축 층간소음 37dB 이하로…1등급 기술 정립

세종시 가람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내
세종시 가람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내 '데시벨 35 랩'(㏈ 35 Lab). 국내 최대 규모 층간소음 시험시설인 이곳은 건물 구조·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고성능 소음저감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험 공간의 구조(벽식, 라멘)와 슬래브 두께(15~25㎝)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2024.11.21. LH 제공

"저 러닝머신이 좋은 거 아녜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요."

21일 찾아간 세종시 가람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내 '데시벨 35 랩'(㏈ 35 Lab). 실제 아파트를 빼닮은 5층 규모 연구동에 들어섰다. 거실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니 윗집 남성이 카펫이나 매트도 깔지 않은 채 러닝머신 위를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아래층에서 숨을 죽이며 기다렸건만 기대(?)했던 층간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어 이 남성이 2㎏가량 고무공을 1m 이상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마치 스피커에서 나지막이 베이스가 울리는 듯 '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높은 가구에서 뛰어내렸을 때의 중량 충격음'을 구현한 것이지만, 가청 주파수 범위가 좁은 고령자나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알아채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LH가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 수준으로 소음을 낮춘, 층간소음 없는 주택공급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내년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부터 정부의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더 낮은 35㏈ 수준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LH에 따르면 2022년부터 시작한 층간소음 저감 1등급 기술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주택설계에 본격 도입한다. 현재 국내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 8건 등 모두 12건뿐이다. 그러나 시공성·경제성·내구성 등이 검증되지 않아 단지 단위 전면 적용 실적이 없는 데다 바닥두께와 구조가 달라 시장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이에 LH는 전국 각지에 있는 9개 공공주택 단지에서 실증, 총 1천347회 현장 테스트를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했다. 이는 '조용한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 수준으로, 최근 짓는 아파트가 3, 4등급(45~49㏈, '옆방에서 들리는 일반 대화 소리' 수준) 임을 생각하면 상당한 감소 효과를 갖췄다.

정윤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이 생활 불편을 넘어 이웃 간 갈등과 사회 문제로까지 번진 만큼 1등급 기술개발에 지난 2년간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면서 "일반 층간소음 4등급의 슬래브 바닥두께는 21㎝인데 이를 25㎝로 상향했고 고성능 복합완충재를 시공하고 바닥 상부 몰탈 강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층간소음 4등급에서 1등급을 적용할 때 공사비가 호당 400만원 가량 늘어난다"며 "서민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분양가에 최소한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가람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내
세종시 가람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내 '데시벨 35 랩'(㏈ 35 Lab). 국내 최대 규모 층간소음 시험시설인 이곳은 건물 구조·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고성능 소음저감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험 공간의 구조(벽식, 라멘)와 슬래브 두께(15~25㎝)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2024.11.21. LH 제공

LH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저감방안도 마련한다. 또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구성이 가능한 라멘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새로운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소음 발생 시 경고음을 내 입주민 스스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노이즈가드'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실내에서 일정 기준 이상 소음이 나면 월패드와 입주자 휴대전화에 "소음이 발생했습니다. 주의해주세요"라는 알림을 보내 주민 스스로 소음을 줄이는 생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이 민간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국내 최대 규모 층간소음 시험시설인 '데시벨 35 랩'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한다. 데시벨 35 랩은 건물 구조·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고성능 소음저감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험 공간의 구조(벽식, 라멘)와 슬래브 두께(15~25㎝)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를 이용하면 1년 이상 걸렸던 신기술 인증은 6개월 내외로 단축돼 기술 검증 및 확산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와 공유할 계획이다.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도 지원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층간소음은 대한민국에 아파트 문화를 처음 들여온 LH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의 당면 과제"라며 "아이들이 까치발로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랫집 옆집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아파트 주거문화를 만드는 데 LH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세종시 가람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내
세종시 가람동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내 '데시벨 35 랩'(㏈ 35 Lab). 국내 최대 규모 층간소음 시험시설인 이곳은 건물 구조·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고성능 소음저감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험 공간의 구조(벽식, 라멘)와 슬래브 두께(15~25㎝)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2024.11.21. L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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