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한때 젊은 예술가였다. 노트 한 귀퉁이엔 그림을 끄적였고 시를 읊거나 좋아하는 음악에 눈을 감기도 했다. 논리적인 결정들과 경제적인 자립이 우선시 됐기에 우리는 예술적 씨앗을 숨긴 채 잘 살아야 했다. 그렇게 사는 일은 우리를 한 번씩 목적 없는 슬픔과 허무함으로 무너뜨릴 때가 있다.
그런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림에세이집이 출간됐다. 1992년 매일신춘문예로 등단해 국내 최고 권위의 시조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히 창작활동 중인 서숙희 시인이 '서빈'이라는 필명으로 내는 첫 책이기도 하다. 시인은 시가 되지 못한 문장들을 풀어냈고 화가는 그 문장들을 따뜻한 붓질로 마음까지 채색했다. 이번 그림에세이집은 지역 화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세 목차로 구성된 책을 통해 시인은 말한다. 세상의 사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그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물이 전해주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독자들은 삶에 관한 단편적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감정의 기복을 아름답게 타넘을 것이고,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 때쯤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을 모르면서 이미 인생을 살고 있고, 시를 모르면서 이미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128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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