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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황상호] '전기의 길' 위에서 미래가 자란다

한국전력 대구본부장

황상호 한국전력 대구본부장 .
황상호 한국전력 대구본부장 .

요즘 세계 지도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전략회의 테이블 위에는 '전기'가 놓여 있다. AI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이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심장으로 뛰기 시작하면서, 이 심장을 움직이는 전기의 수요는 상상 이상의 속도로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수요는 일본의 한해 전력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으로 매년 늘고 있으며, 2050년엔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전력 확보를 위한 에너지기업 투자에 뛰어들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선진 각국은 전력망 확충을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하고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3년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하고 대규모 신규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전력의존도가 높은 첨단산업의 급성장에 전기화 추세까지 가세하면서 전력수요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38년 (목표)전력수요는 '23년 최대전력 대비 32% 증가하며,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4배가량 확대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가혈관인 전력망 역시 확대해야 한다. '36년까지 현재보다 송전선로는 1.6배, 변전소는 1.4배 더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전력망 건설사업은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처해 있다. 주민 반대와 지자체 인허가 지연으로 발목이 잡힌 사업이 허다하다. 심지어 준공까지 20년 이상 걸린 사업도 있다.

전력망은 가정과 산업현장, 의료·통신·교통 등 사회 전반의 필수서비스를 지탱하는 공공인프라다. 그렇기에 전력망 건설 지연이 지속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와 전력 부족, 에너지 비용 급등 등 국민 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국가경제 위기, 국가안보 위협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즉, 전력망 건설은 국민 모두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지키기 위한 국가 생존과 맞닿은 중요한 문제다.

이에 한전은 전력망 적기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관련 법 제정에 참여하고 제도 개선과 보상 확대 등 전력망 건설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제정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의미가 크다. 법은 3가지 주요사항을 담고 있다. ▲국무총리 주재 전력망확충위원회 신설로 중앙정부 거버넌스 강화, ▲건설지연 해소를 위한 특례 규정, ▲주민 보상·지원책 강화를 통한 수용성 향상

이는 전력망 확충을 국가적 현안으로 인식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아래 사업추진의 효율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려는 국가적 결단이다. 또한 전력망을 공공자산이자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중요한 국가적 유산으로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산업이 앞으로 가야 할 길 위에, 반드시 놓여야 할 길이 바로 전력망, '전기의 길'이다. 전력망은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를 지켜내는 생명선이며, 그 길이 완성될 때, 산업이 자라고, 일자리가 생겨나고, 미래가 머문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전력망 기반 위에서 대한민국이 글로벌 첨단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우리의 미래세대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 우리 모두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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