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꿈 꾸는 시] 최지원 '최후의 원근법'

계간 '시산맥' 등단…11회 최치원 신인 문학상
동시집 '초승달 지팡이는 어디에 있을까' '목련이네 응원레시피'…시집 '얼음에서 새에게로'

최지원 시인의
최지원 시인의 '최후의 원근법' 관련 이미지.

〈최후의 원근법〉

오전 9시, 희다고만 보는 것은
검은 부분을 지나친 것인가

오후 6시, 검다고만 보는 것은

흰 부분을 지나친 것인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사이

물음표처럼 서 있던 잿빛 왜가리

물 밖 돌멩이에게
물속 돌멩이의 시작과 끝을 묻는데

물속 돌멩이가 되어 본 적 없어
물 밖 돌멩이로 건너가던 왜가리

가슴에 묻어두었던 오른 다리 아래
잿빛이 흘러내릴 때

왜가리를 벗어놓은 왜가리
노을 속, 붉은 점으로 스며들고

최지원 시인
최지원 시인

<시작 노트>

백과 흑의 채도를 조화롭게 다루는 화가를 본 적 있다. 물속 돌멩이와 물 밖 돌멩이 사이에서, 두 자루의 긴 붓이 탁해질까 번갈아 가슴에 데우며 불협화음의 풍경이 고요해질 저 너머 한 지점을 응시하던 늙은 화가 왜가리, 노을 속 소실점을 향해 부단히 노 저어가던 날갯짓으로 얼어붙은 대지 위를 흐드러지게 봄 덧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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