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군함과 상선의 수에즈 운하 무료 통행 등을 요구하며 이집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홍해 제해권을 노리는 예멘 후티 반군을 대대적으로 공습하면서 수에즈 운하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한 대가라는 논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 선박의 수에즈 운하 무료통행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적 시각으로 외교 정책 관련 결정을 판단한다고 꼬집었다. 수에즈 운하 무료통행 요구가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그린란드 병합 추진과 같은 궤도에 있다는 비판이다.
이집트가 아랍권의 대표적 친미 국가라지만 수에즈 운하 무료 사용 등을 요구한 건 선을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에즈 운하는 영국에서 완전히 독립했다는 이집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1869년 완공된 수에즈 운하에 대한 이집트 국민들의 애착은 남다르다. 1882년부터 1922년까지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은 이집트는 1922년 독립 선언 이후에도 영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았다. 영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태였던 데다 수에즈 운하도 영국 소유였다. 영국군이 물러간 1956년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했는데 이 때문에 이전까지 운하 운영을 주도했던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이스라엘과 일전을 벌여야 했다. 제2차 중동전쟁으로 불리는 수에즈 전쟁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게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은 비즈니스 일변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소셜미디어에 "미국 선박은 군함이든, 상선이든 파나마 운하와 수에즈 운하를 무료로 통행하도록 허용돼야 한다"며 "그 운하들은 미국 없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수에즈 운하는 가자 전쟁 이전까지 매년 94억 달러(우리 돈 약 13조 5천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만성적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집트에서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온 터다. 때문에 미국의 수에즈 운하 무료 통행 요구가 자칫 50년 가까이 이어온 이집트의 친미 기조 변화에 악재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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