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정치인 발언의 법적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허위 사실 공표'와 관련한 기존 대법 판례들의 엇갈린 해석이 정리될지 법조계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경우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와 '공표'의 경계가 불분명한 데다, 정치인의 발언 특성상 자유로운 표현과 유권자 알 권리 보장도 고려돼야 해 법원이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해온 전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유죄 판결 사례로는 이무영 전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 사건이 꼽힌다. 2008년 총선 당시 이 전 의원은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과거 '북침설'을 주장하다가 수감됐다고 발언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 없는 허위 사실 공표로 보고 유죄를 확정했다. 이 전 의원은 "'북침'이라는 표현이 착오였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전후 맥락과 발언의 의도 등을 고려할 때 상대 후보를 의도적으로 비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강욱 전 의원 역시 2020년 총선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에 대해 "실제로 했다"고 언급한 사실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법원은 "인턴 활동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고, 확인서도 허위였다"고 보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인정했다. 최 전 의원 측은 "후보자의 직접적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행위에 대한 설명"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 사례와 달리 무죄로 결론 난 사건도 있다. 같은 이재명 대표의 과거 재판이 그 예다.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지 않았다고 언급한 발언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쟁점이 됐지만, 대법원은 2020년 "발언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선거 토론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지난 2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이학수 전 정읍시장 사건 역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주요 사례로 꼽힌다. 이 전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라디오 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의혹을 언급했다가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발언이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반론 기회도 있었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반면 현재 이 대표가 상고심까지 간 사안에서는 앞선 판례들과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성남시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국토부 공무원의 행위는 후보자인 이 대표 본인의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 역시 "기억이나 인식의 문제일 뿐, 명백한 허위 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은 정치인 발언의 허위성 판단에 있어 사실의 정확성과 함께 발언 당시의 정황, 맥락, 표현 방식 등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 측은 이학수 전 시장 사건 등 무죄가 확정된 유사 사례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방어 논리를 펼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대법원이 정치인의 허위 발언에 대해 서로 상반된 해석을 내려온 만큼, 이번 전원합의체 결정이 향후 법적 판단의 기준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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