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불에 요양병원 노인 대피 도운 119…홀로 40명 옮긴 김덕은 소방장

"이송 끝내니 자정 넘겨…이후 빈 시설 돌며 재차 확인까지"

김덕은 소방장.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김덕은 소방장.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당시 홀로 위험 지역 노인복지시설 노인 40여명의 대피를 도운 소방관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졌다.

산불이 처음 확산을 시작한 지난달 28일 산불 영향권 안에 있는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은 8곳. 북구청에 따르면 시설 8곳에 입소한 노인은 152명이었다. 약 3천명의 주민들이 대피명령에 몸을 피한 가운데 해당 노인 상당수는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이날 노인 대피 지원에 나선 가운데 김덕은 동부소방서 소방장은 대피 명령이 떨어진 28일 오후 4시 북구 구암동 시설 정향실버빌에서 노인 19명의 대피를 도왔다. 이곳에 입소한 25명 중 보호자가 데려간 6명을 제외한 노인 전원을 책임진 셈이다.

김 소방장은 늦은 밤 노인 수십명을 이송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대피를 서두를 수 없었다고 했다. 근력과 뼈가 약한 노인들의 경우 이송 도중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상당했고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도 적잖았기 때문이다.

김 소방장은 "구급차가 조금만 흔들려도 노인들은 쉽게 멍이 들거나 뼈가 부러질 수 있다. 환자 한분 한분을 단단히 고정한 채 이동했고 차에 태우고 내릴 때도 최대한 충격이 가지 않게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소방장은 대구요양원 등 다른 지점을 돌며 마찬가지로 노인 대피에 집중했다. 이송을 끝내고 나니 어느새 시곗바늘은 자정을 훌쩍 넘겼다. 김 소방장은 빈 노인요양시설을 돌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인이 있는지 재차 확인한 뒤에야 쉴 수 있었다.

벌건 밤하늘 아래 갑작스레 구급차를 타고 시설을 빠져나와 패닉에 빠진 노인들을 달래는 것도 소방관들의 몫이었다.

김 소방장은 "워낙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놀란 분들이 많아 최대한 손자나 아들처럼 노인들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시설 직원들까지 환자의 안정을 돕는 상황이었다"며 "이송 도중에 이들에게 들은 '고맙다, 수고한다'는 얘기가 큰 힘이 됐다. 재난 상황이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앞으로도 대피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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