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李 재판 줄줄이 연기, 사법부 스스로 사법 독립 포기

법원이 20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위증교사 항소심 재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앞서 당초 이달 15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하고, 또 이달 13·27일 지정했던 이 후보의 대장동·성남FC 비리 의혹 공판기일을 다음 달 24일로 미룬 데 이어 세 번째다. 이로써 준비기일 절차 중이라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만 진행 중이다.

법원의 이 후보 재판 연기는 민주당의 압박에 굴복한 결과라고 본다. 민주당은 사법부의 재판 속도전을 "대선 개입"이라고 규정하고, 연일 겁박(劫迫)했다. 14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의결했고, 상고심 재판에 참여한 대법관 12명을 모두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검도 추진하겠다고 했고, "대통령도 2명씩이나 탄핵한 나라인데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며 대법원장 탄핵도 거론했다.

민주당이 대법원장을 국회 청문회에 세우고, 탄핵을 겁박해도 법원은 별 대응이 없다. 오히려 현직 판사가 대법원장을 비난하며 "사퇴하라"고 요구한다. 이것을 사법부 스스로 독립을 포기한 것이라고 해야 할지, 정치에 입문하고 싶은 몇몇 사법부 인사들의 정치 행위라고 보아야 할지, 기가 막힐 뿐이다.

앞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을 연기하면서 법원은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했다. 이는 법원 스스로 법치를 무너뜨리는 태도라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공직선거법은 선거 과정에서 죄를 지은 사람을 벌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를 담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이 그 법에 따른 판결을 대선 후로 연기함으로써 사실상 법을 형해화(形骸化)하고 있다. 정치인이 힘으로 법을 짓누르고, 법원은 이에 굴종(屈從)해 법을 뭉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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