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송지혜] 기억은 여행보다 오래간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아이들과의 여행은 늘 고단함을 동반한다. 젖병과 기저귀, 옷가지며 이불까지 한가득 싼 짐을 안고도 작은 생명체를 데리고 들로 산으로 향하던 기억은, 부모가 되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이가 말문을 트기도 전부터 낯선 바다에서 발끝으로 물장구치던 그 순간들을 어떻게든 기억으로 붙잡고 싶었다.

지금 물어보면 정작 아이는 기억조차 못하는 여행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선명하게 남은 장면들이다. 아이의 첫 기차 여행, 뜨는 해를 처음 본 겨울여행, 비에 젖은 신발을 말리던 그 저녁. 이렇듯 여행은 어쩌면 아이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육아에 지친 나를 위한 탈출이었는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 굳이 떠났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특히 부모가 된 지금, 그 고생을 마다하지 않던 내 부모의 발걸음이 새삼 존경스럽다. 휴대폰 내비게이션도, 숙소 후기 앱도 없던 시절, 어떻게 길을 찾고 어디서 잠을 청했을까. 이제 와 돌이켜보면, 부모가 된다는 건 바로 그런 무모함과 용기의 다른 말인 듯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나는 굳이 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는다. 비록 아이는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엄마 아빠와의 따뜻한 시간,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던 그 감각, 손을 꼭 잡고 걸었던 그 거리의 체온은 기억의 깊은 곳 어딘가에 새겨질 것이라고 믿는다. 어른이 된 지금 나와 나의 부모를 이어주는 것은 사진보다 그 '조각의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이 이제는 나와 내 아이를 이어주고 있다. 그 시절의 부모님들처럼, 나 역시 지금 아이와 함께 짧은 틈을 내어 떠나보려 애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짐을 싸는 일도, 낯선 곳에서의 잠자리도, 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엄마, 우리 그때 바다 갔을 때 좋았지?" 하고 말을 꺼낼 때면, 그 모든 수고로움이 단숨에 선물처럼 느껴진다.

한 번 여행을 다녀온 기억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새로운 언어처럼 남아 같은 이야기를 오래도록 꺼내 말한다. "그때 치타입니다, 기억나?" "그 맛집 아직도 있을까?" 작은 여행 하나가 가족 간 대화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되어 견고한 유대감을 지켜준다.

물론 모든 가족이 자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상황도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꼭 멀리 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약간의 틈을 낸 작은 외출 하나로도 그 끈은 충분히 만들어진다. 여행의 본질은 '멀리'가 아닌 '함께'에 있으니 말이다.

가족 간의 유대감은 이런 순간들을 통해 자라난다. 그렇게 가족의 기억은 겹겹이 쌓여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서로를 부른다. 떠날 수 있을 때, 무조건 떠나야 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건 아니다.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강력히 지지하며 '이번이 진짜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구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게 매각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청와대 고위 인사들 중 20명이 다주택자로 확인됐다. 특히 강유정 대변인과 김상호 ...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 논란이 확산되자, 강유정 대변인이 경기도 용인시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고 김상호 춘추관장도 서울 강남의 다세대주택...
생후 9개월 된 아기에게 뜨거운 커피를 부은 후 도주한 중국인 남성을 검거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호주와 공조하고 있으며, 이 사건은 아기가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