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교원단체 "교사 77%, AI 교과서 수업 시간에 사용 안해" 설문 발표

대구 5개 교원단체·노조 28일 기자회견 개최
"AI 교과서 도입 과정서 교육청 강요" 주장도

대구 5개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는 28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5개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는 28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AI 교과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영경 기자

대구 교원단체들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절차와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 당국에 정책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대구 5개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대구교사노조, 대구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대구네트워크, 좋은교사운동 대구모임, 전교조 대구지부)는 28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AI 교과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대구 지역 AI 교과서 사용 대상 교사 및 학부모 1천1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와 학부모 모두 AI 교과서를 통한 교육 격차 감소에 부정적이었다.

응답 교사의 77.4%가 "AI 교과서를 수업 시간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79.1%는 "AI 교과서가 학생 맞춤형 지원도구로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학부모 응답자의 94.8%는 "AI 교과서 활용으로 교육 격차가 거의 완화되지 않았다"고 했고, 87.6%는 "AI 교과서가 자녀의 학습 보조 교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대구시교육청의 AI 교과서 전면 도입 정책 평가' 항목은 5점 만점에 교사 1.18점, 학부모 1.08점으로 나타났다.

서모세 대구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대구는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AI 교과서 100% 도입률을 기록했다"며 "그 이면에 교사들은 (AI 교과서) 연수, 컨설팅, 디지털 원패스 100% 가입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수업의 본질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이 교과서와 AI 교과서의 출판사가 달라 단원이 불일치하는 상황, 접속조차 어려운 불안정한 시스템 등은 교사와 학생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교사들은 AI 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교육청과 학교장의 압박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대구 지역 한 초등 교사는 "올해 2월 전체 교사 투표로 AI 교과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에도 3월에 새로 부임한 교장이 도입을 강요했다"며 "대구 AI 교과서 도입률이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이유는 교육청이 내부 메일, 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도입을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등 영어 교사도 "수업 시간에 AI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교사들이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 전달했다. 하지만 학교장이 AI 교과서 선정을 교육청이 종용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며 교과서 선정을 요청해 결국 통과가 됐다"고 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교육부의 자율적 방침에도 불구하고 98%에 이르는 AI 교과서 채택률을 보면 과연 교사들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겠나"며 "원하지 않는 강제 도입을 밀어붙였으니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5개 교육단체가 실시한 AI 교과서 현장 조사 결과에 대해 "설문조사 대상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단체들이 조사한 교사 676명, 학부모 444명이 실제 AI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는 해당 과목과 학년의 교사, 학부모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3월부터 280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모니터링에서 학생 맞춤형 학습 지원 가능, 학생 수업 집중도 상승, 교사의 수업 설계와 평가 업무 경감, 수업의 다양화 및 학생 참여 확대 등의 긍정적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특히 AI 교과서 교원 연수 만족도 조사에서는 93.1%가 '만족' 이상으로 응답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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