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걷는 사람〉
계단을 걷는 사람을 지켜봅니다
시든 근육을 채근해서 하나둘, 각진 사선을 숨가쁘게 오릅니다
평생 계단을 걸었지요
마지막 계단에 올라 육교를 가로지르면
문득 막막한 허공
날개도 없이 날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눈 깜빡할 새,
다시 힘겹게 계단을 오릅니다 하나둘,
막차 시간이 가까워 오지만 그뿐,
딱히, 내일 뭐 할 거냐고 묻지 않습니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건강한 저녁을 만나는 것
오늘이 삼천육백오십 번째
그 이상이거나 혹은 그 이하
저녁과 악수하는 그를 지켜보다
슬그머니 나도 손을 내밉니다
지금 우리의 계절은 빗금입니다
<시작노트>
어느 날부터인가, 평면적이던 바닥이 기울기를 시작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계단을 걷는다. 평생 걸어온 계단이 새삼스레 숨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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