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지구촌에서 '개방과 협력'이 여전히 유효한 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전 열린 부산 APEC 정상회의가 다자무역체제 확대와 자유무역·투자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부산 선언'과 구체적 시행 계획을 담은 부산 로드맵을 이끌어냈다. 반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열릴 경주 APEC 정상회의는 국가 간 협력보다 갈등 관리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 연결, 현식, 번영'을 주제로 열린다. 우리 정부는 이를 통해 디지털 기술 기반의 연결, 혁신 주도형 성장 전략, 모두를 포용하는 번영의 구조를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 포용성, 탄력성 등 3대 실현원칙을 제시하며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청년·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 등 당면한 공동 과제에 힘을 모을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APEC은 그간 자유무역 확대, 역내 경제 통합, 상호 신뢰 구축 등 협력을 토대로 회원국 간 이익 증진을 위해 힘을 보태왔다. 그러나 3년째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등 중동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상황에선 다자간 협력과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한 APEC의 전통적 기조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패권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 양국은 아시아·태평양에서도 양안 문제나 남중국해 분쟁 등으로 갈등의 씨앗은 여전하다.
오히려, 분출돼 온 갈등이 회원국 간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APEC의 가치를 되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치·군사적 갈등을 봉합하고, 경제적 연대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공존·공영을 위한 실질적 협력을 가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기대를 바탕으로 정부와 경상북도는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경주가 확정된 이후부터 '평화와 번영의 경주 APEC'을 강조해 왔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디지털 경제 전환, 기후변화 대응, 청정에너지 전환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이나 중소기업·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촉진, 디지털경제와 공금망 재편 등 기술 기반의 실용적 의제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국제 정상외교 무대인 경주 APEC을 전쟁과 갈등이 종식되고 평화와 번영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李정부, 전 국민 현금 살포 위해 국방예산 905억 삭감"
[매일희평] 무용지물 된다 한들
'전기·물' 생명줄 모두 갖춘 TK…'첨단산업 허브'로 리셋하라
[시각과 전망-임상준] 이철우 경북지사의 멸사봉공(滅私奉公)
李 "악성채무 탕감이 도덕적 해이? 탕감 기대하고 신불자로 살 사람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