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과〉
해의 단맛이 감춘 씨앗, 자갈밭 내 몸에 떨어졌다
바람이 문질러 주는 공중을 얼마간 견디던 과육이
툭 내려놓은 열매
그늘이 기어다니는 자리에서는
외로움도 하나의 권력인 듯
깔린 돌 틈의 풀이 사뿐히 받아준다
덜 외로운 자, 더 외로운 자를 섬기는 공중
열매가 견딘 잠옷에서는 언제나
시금털털한 혁명 냄새가 났다
바람 부는 날 잎들은 비워졌고
안 보이던 강이 멀리서 흘러와
과육의 살갗은 더 이상 부풀어 오를 수 없을 만큼
탱글탱글하던 그때를 기억한다
땅에 떨어지면 곧 그곳이 무덤인 걸 안다
49일째 휴일이 없는 사람들의 입에 들면 그나마 다행
출렁거리던 각도의 품만큼
강물이 훤하게 내려다보이기 시작하면서
발목 잡던 어미를 원망도 한다
떨어져 단단한 돌 위에 찧은 이마
욕망의 틈새를 연다, 퇴로 차단하는 바닥에 항거하면서
조개처럼 혓바닥 내미는 초록의 혀
나날의 고통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작 노트>
계절은 사망이 없다. 바람도 그렇고 하늘과 땅도 그렇다. 삶도 그럴 것이다. 씨앗이 다음 씨앗을 위해 죽음의 매듭을 넘어서는 것처럼 내가 죽어도 나의 얼은 천지간에 영생불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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