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해양 강국 건설' 선언 이후 '서해 공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알박기' 구조물 3기를 설치한데 이어 주변 공해상에도 관측용 부표 13개를 설치했다. 또한 PMZ 주변 해역에서 항공모함 등을 동원한 실탄훈련도 실시,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활동을 전형적인 해양 영토 확장을 위한 '회색지대 전술'이라고 본다. 이지용 계명대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은 지금 우리나라를 집어삼퀴기 위해 한계를 초월한 소리 없는 전쟁인 초한전(超限戰)을 치밀하게 벌이고 있다"면서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등도 해양 영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초한전의 일부가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구조물·부표 얼마나 설치했나
중국은 서해 PMZ 내에 이동식 구조물 선란(深藍) 1호(2018년), 2호(2024년)를 설치했다. 선란은 직경 70m, 높이 71m 이상의 철골 구조물로 반(半)잠수식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선란 3호 제작도 마무리 단계이다. 중국은 구조물이 어업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구조물에 대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2022년에는 관리시설이라며 석유 시추설비 형태의 고정식 구조물도 설치했다. 고정식 구조물은 가로 100m, 세로 80m, 높이 50m로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중국은 서해 PMZ에 2~3년에 걸쳐 대형 철골 구조물 총 12기가량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2022년 3월에도 PMZ에 무단으로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중국은 구조물 설치 이후 인공섬→군 요새화→우리 바다 우기기 등 3단계 서해 공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서해 PMZ 안팎 공해상에 관측용 부표 13개를 설치했다. 해군이 2018년 2월 22일부터 2023년 5월 20일까지 발견한 부표들이다. 부표는 높이 5∼13m, 직경 5∼10m 크기의 등대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표에는 첨단기술이 접목된 복합 센서가 장착돼 잠수함 항적 추적, 해류 분석, 해저 음파 탐지 등 군사 정보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은 "중국이 한국과 중국의 서해 EEZ가 겹치는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전형적인 해양 영토 확장을 위한 계획된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영해·영공 침범 군사 도발도
서해 PMZ 주변에서 중국의 군사적 도발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하순에는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일부를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실탄 훈련을 실시했다. 군사 훈련에는 푸젠항모 등 항공모함 2대를 비롯해 최신형 J-10 전투기 등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설정한 3개 항행금지구역은 대부분 PMZ 내에 위치했고, 이 중 1개는 중국의 EEZ와 한국의 EEZ 모두에, 다른 하나는 한국의 EEZ 안에 설정됐다. 우리 영해를 침범해 훈련을 한 것이다.
중국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공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중국 전투기·폭격기 등 군용기가 우리 군에 사전 통보 없이 400회 이상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공식별구역은 우리 '영공'은 아니지만 영공 침범을 방지하고자 항공기 항적을 조기 식별하기 위한 구역이다. .
중국은 지난해 6월과 7월 중국판 글로벌 호크라고 하는 고고도 정찰 무인기 '우전-7'을 이어도 북동쪽 KADIZ에 진입시켰다.
신인균 박사(국방TV 운영)는 "전남 홍도에서 가까운 우리 측 서해 EEZ에서 군사훈련을 한다는 것은 중국의 서해 내해화(內海化)를 위한 군사 도발 행위"라며 "정부 당국은 불법 구조물 '알박기'와 더불어 중국의 군사도발에 대해 강력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응 구조물 설치 나서야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설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도 적극 대응하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비례적 대응 조치를 포함해 실효적 대안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6월 추가경정 예산안에 불법 구조물과 관련해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예산 10억원을 신규 반영했다.
한중 양측은 EEZ가 중첩된 서해 경계선 획정을 못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 해양 경계 획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의 해양 굴기 방침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경계선 획정시 국제적 관례인 '등거리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해안선의 중간선을 경계로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영토 면적, 해안선 길이 등 각종 사항을 고려해 경계를 정해야 한다는 '형평의 원칙'을 요구한다. 외교 소식통은 형평의 원칙은 중국 중심의 발상으로 국제사회에서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장은 "서해는 경제·군사·외교적으로 전략 요충지"라면서 "정부는 중국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선제적으로 막고 남중국해와 같은 분쟁지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PMZ)=한중이 서해상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진행하던 중 어업분쟁 조정을 위해 2000년 한중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에 설정한 수역이다. 이곳에선 양국 어선의 조업은 허용되지만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 등은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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