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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장마도, 계절도 사라졌다…한국은 이미 아열대권"

'족집게 기상학자' 김 교수의 경고 "이제 사회가 바뀌어야"
4월서 11월까지 8개월 여름…올해 폭염·가뭄·홍수 동시에
장마, 국지적 폭우 쏟고 끝나
"기후 위기 이제 생존의 문제,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5년 6월, 대구의 여름은 예년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시작됐다. 올해 6월 평균 최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사실상 장마가 종료된 상황이다. '족집게 기상학자'로 불리는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가 알던 계절은 끝났고, 이제는 사회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장마는 사라지고 폭우만 남았다"

김해동 교수는 1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장마는 사실상 종료됐다. 전통적인 장마처럼 넓은 지역에 오래 비가 오는 형태가 아니라, 시작과 동시에 국지적인 폭우만 쏟고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장마는 초반에 가늘고 길게 내리는 비(음성형)가 주류였고, 후반에 집중호우(양성형)가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작부터 폭우가 집중되고 곧바로 끝난다"며 "이러한 변화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폭우가 수자원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좁은 지역에 쏟아지는 강한 비는 땅이 흡수하기 전에 그대로 흘러나간다. 강우 강도가 높을수록 지하수로 저장되지 못하고 외부로 유실돼 가뭄 완화 효과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전북 군산은 장마 초기에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오히려 가뭄이 더 악화됐다. 기상이변이 폭우와 가뭄을 동시에 유발하는 '이중 재난'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미 아열대…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아열대 기후는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일 때'로 정의된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은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아열대 기온을 기록하고 있어, 기후학적으로는 전환기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아열대권에 있다"고 말했다.

김해동 교수는 "예전 여름 더위는 불편한 더위였지만, 지금은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살인적인 더위다"며 "여름이니까 덥다는 식의 인식으로는 지금의 기후를 절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양 생태계 변화 사례도 언급했다. "지난해 남해안 해수 온도가 30도까지 올랐다. 미역과 파래는 자라지 않고, 광어·우럭 같은 어종은 24도 이상이면 먹이를 줄이고, 26도 이상이면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마트에서 광어나 우럭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라며 "우리 해역이 이들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오산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집광판 그늘 아래서 김해동 교수가 바닥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계명대 성서캠퍼스 오산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집광판 그늘 아래서 김해동 교수가 바닥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기후에 맞춘 사회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김해동 교수는 "기후위기는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국토 이용, 교육, 도시계획, 수자원 관리 등 모든 사회 제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사제도의 개편을 제안했다. "폭염 속에서 학생들을 교실에 머물게 하는 건 비합리적이다. 유럽은 6월에 졸업하고 여름방학을 길게 갖는다. 한국도 여름방학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는 바뀌었지만 제도는 그대로다. 물난리가 반복되는 구조물에만 의존하고, 폭염에도 실내 대피조차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방식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자원과 도시 인프라, 기후에 맞게 재설계해야"

가뭄에 대비해 댐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댐은 수심이 얕고 수면이 넓어 증발량이 많다. 수면을 줄이고 수심을 깊게 하거나 태양광 패널을 덮어 증발을 줄이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 내 빗물 저장시설도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 운동장 지하에 우수저류조를 설치하고, 모은 빗물을 중수로 재활용해야 한다. 도시 하천에도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시형 홍수의 위기도 경고했다. "도시는 배수펌프에 의존하지만, 비가 많아지면 고장 위험이 크다. 실제 지난 2010년 대구 노곡동은 배수 펌프 고장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내리는 기후에선 어느 도시도 안전하지 않다"며 "하수도 용량 자체를 키우는 것이 근본 대책이지만, 정부는 예산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김해동 교수는 끝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이제는 매년 임시 대응으로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사회 제도가 기후변화에 맞춰 달라지지 않는다면, 재난은 반복되고 피해는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 바로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족집게 기상학자'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특강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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