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6월 폭염에 올해 대구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쪽방촌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 대구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1일 정오쯤 방문한 대구 동구 신암동 쪽방촌. 지열이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도로 언덕길 옆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여인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신암동은 지난달 28일 낮 최고기온이 36.8℃를 기록해 대구에서 가장 더웠던 곳이다.
이날도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은 가운데 여인숙 문을 열자 바깥보다 더 뜨거운 공기가 엄습했다. 실제로 경북대학교 건설환경에너지융합기술원에 따르면 건축 자재와 구조의 차이로 쪽방촌은 여름 기준 평균 실내 기온이 5도 이상 높다. 이날 방 안의 실제 체감온도는 40도를 넘어선 셈이다.
모두 11명이 머무는 이곳 여인숙은 바람 한 점 드나들지 않은 채 5㎡(약 1.5평) 남짓한 방들이 촘촘한 간격으로 꽉 차 있었다. 낡은 지붕도 단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슬레이트 소재여서 불볕 열기를 그대로 흡수하고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에어컨은커녕 창문에 방충망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밤에도 문을 닫고 잔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당뇨와 심한 허리통증에 집 밖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서영수(70) 씨는 "동사무소에서 선풍기를 한 대 지원해줘서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밤에도 너무 더워서 한숨도 못 잤다"며 "방충망이 없어 모기나 벌레가 들어올까 문을 활짝 열기 힘든데, 몸이 불편해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거의 종일 누워있다"고 말했다.
여인숙 주인 김동랑(87) 씨는 "옛말에 초복이 시작돼야 본격적으로 여름이라 했는데 최근 들어 여름은 길어지고, 장맛비는 짧아진다는 생각이 든다"며 "쪽방촌 거주자 대부분이 나이도 많고 아픈 사람들이라 오갈 곳도 없는데 갈수록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무더위에 온열질환자도 일찍부터 속출하고 있다. 1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대구에서는 2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가 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세 배 이상 늘었다.
대구시는 온열질환자 발생에 대비해 폭염 TF를 꾸리고 피해 예방에 나섰다. 시는 30일까지 취약 독거노인 6천34명을 방문해 안부를 묻는 한편 시는 생활지원사나 자원봉사자가 독거노인, 쪽방주민, 노숙인을 직접 찾고 얼음생수, 여름이불, 위생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도심열섬을 완화하기 위해 무더위쉼터 총 1천327곳을 운영하고 살수차, 클린로드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외출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통해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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