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패배한 좌파는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로 자위하지 않았다. 절치부심(切齒腐心) 치밀하게 기획·준비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을 이용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진보 진영이 진화를 거듭한 반면 보수 진영은 퇴보와 나락의 길을 걸었다. 진보는 하나로 똘똘 뭉쳤지만 보수는 분열과 분화를 거듭했다. 김문수와 한덕수 그리고 이준석과의 후보 단일화 실패는 보수의 전략 부재를 드러냈고, 홍준표와 한동훈의 당 내분 가속과 사보타주는 보수 진영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주말 영종도에서 열린 김어준 씨의 토크 콘서트 '더파워풀'은 범여권의 진화를 증명했다. 루이 암스토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부르며 등장한 김 씨는 다단계 사기 왕으로 불린 조희팔을 소재로 만든 영화 '마스터'를 떠올리게 했다. 1만5천여 석의 공연장은 가득 찼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총리 후보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이 '김어준 쑈'를 빛냈다. 김 씨는 급기야 문 전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이재명 대통령 만날 때 대법관 좀 시켜 달라고 부탁해 달라"고 했다. 그는 무대 중앙의 안락의자에 앉아 거들먹거리며 '곧 대법관이 될 것'이라고 자기소개를 하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도 대선 본투표 하루 전날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할 정도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최강이었다.
민주당이 곧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면 그는 대법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전직 대통령까지 동원하는 막강한 정치권력의 든든한 배후가 된 김 씨의 '토크 콘서트'는 그래서 충격적이다. 전직 대통령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은 그가 이 대통령도 '형님'으로 부를 수 있음을 보여 준 연출이었다. 친노와 친문, 이재명 지지 그룹이 김어준 깃발 아래 똘똘 뭉친 것이다.
좌파의 선동이 진화한 반면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수 진영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한 패잔병의 모습을 여과 없이 노정(露呈)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날마다 특검에 불려 다니면서 보수 진영의 지지와 응원은커녕 동정조차 받지 못한 채 철저하게 손절(損切)당했다. 보수는 대선을 통해 분열에 분열을 거듭했고, 대선 후에도 패배 분석도 하지 않았고, 개혁보다는 패배한 김문수를 대표로 등장시키려 하거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가 하면 철 지난 '이재명 소년원' 괴담을 퍼 나르는 못난 집단으로 전락했다. 오합지졸 107석 제1야당의 존재는 무력하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여당의 선처를 바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보여 준 국민의힘의 모습은 보수 진영 전체의 무력함을 대변한다.
견제받지 않는 거대 집권 세력의 독주는 국가와 국민에게 불행의 시작이다. 이제 '세비'를 축내는 것 외에는 독자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국민의힘을 역사 속으로 돌려보낼 시간이다.
헌법 제41조 2항은 '국회의원의 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국민의힘 의원 107명의 총사퇴를 통해 국회를 재구성하는 방식 외에 보수 진영의 활로는 보이지 않는다. 국회의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처리하지 않거나 사퇴서를 선별 처리할 경우 더 나쁜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대 집권 세력에 맞서려면 파국을 각오한 '사즉생'(死卽生)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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