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정전 아파트 '찜통 같은 밤'…변압기 교체 지원 하세월

지난 10년새 여름철 전기 사용량 19.3%↑…낡은 전력 설비 감당 못해
변압기 교체지원 정부 기금 계속 줄고 한전 부담금 없어져…市 대규모 예산에 막막
대구 아파트 4채중 1채는 노후아파트…정부·지자체 지원 늘려야

때이른 폭염경보가 일주일째 이어진 3일 오후 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 전력사업처 모니터에 전력수급 현황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때이른 폭염경보가 일주일째 이어진 3일 오후 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 전력사업처 모니터에 전력수급 현황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노후아파트 주민들이 전력수요 폭증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준공 당시 기준에 맞춘 전기설비로는 매년 폭증하는 전기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설이 노후돼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적잖아서다. 정부와 한전이 노후 전기설비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매년 예산이 축소돼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후아파트 대규모 정전 우려

3일 대구소방안전본부와 동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900가구 규모 동구 신천동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소방 신고가 12건 접수됐다. 갑작스레 발생한 정전 탓이었다. 승강기에 갇힌 주민들은 신고를 접수한 지 10여분이 지난 뒤 무사히 구출됐다.

정전이 다음날인 3일 오후 2시쯤에야 완전 복구되면서 결국 이곳에 사는 20여가구는 찜통같은 집에서 밤을 지새야만 했다.

한국전력 대구본부는 이번 정전의 원인을 한전 설비가 아닌 아파트 구내 설비 문제로 보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준공 36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다. 전반적인 설비 문제뿐 아니라 이곳이 준공 당시 110V 전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탓에 누전차단기 설치 의무가 없었던 점도 화를 키웠다.

해당 아파트 A관리사무소장은 "전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일정 전력 이상은 누전차단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이 아파트는 지을 때 110V 전력을 사용할 수 있어 차단기 설치 의무가 없었다"며 "이 외에도 전체적으로 전기 설비가 노후한 상태다. 전력사용량이 갑자기 늘면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대책 마련 시급

노후 아파트가 많은 대구는 정전 사고 우려가 유독 높은 곳으로 꼽힌다.

대구의 경우 1990년대 들어선 성서, 시지, 지산동 등 도시 외곽의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 30년을 넘기면서 노후아파트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만 해도 14.0% 수준이었던 노후 아파트 비중은 3년 만인 올해 9.0%포인트(p)가 늘어난 23.0%가 됐다.

문제는 뚜렷한 정전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전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이 있지만 예산문제로 지원 받는 아파트는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는 아파트에서 한번 정전이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크고, 전기 설비 중에서도 변압기 교체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 2019년부터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마저도 예산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노후 변압기 교체 지원 사업에 17억원의 정부 기금이 배정됐다. 2023년 예산은 33억4천만원, 지난해 예산은 26억7천만원으로 감소세다. 사업 초기 한전 부담금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없어져 2023년부터는 정부 기금으로만 운영된다.

이같은 실정에 일부 지자체는 자체 사업으로 변압기 교체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준공 15년 이상 공동주택 대상으로 한전과 연계해 고효율 변압기로 교체 시 변압기 용량에 따라 대당 320만 원부터 최대 1천180만 원까지 차등 지원한다. 대구는 아직까지 관련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명수 대구시 주택과 과장은 "변압기 수리, 교체 등 비용지원에는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므로 지원 필요성을 따져보고 관련 부서와 협의해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