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일 아니어도 온열질환자가 발생한다. 최근 연구는 폭염 기준인 33℃에 미치지 않아도 열이 며칠간 지속되면 온열질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기온의 누적, 체감온도, 풍속 결핍이 실제 위험을 더 잘 설명한다는 지적이다.

◆'숨어 있는 더위'가 위험하다…지속된 열기에 환자 증가
한국풍공학회논문집의 '폭염 지속성과 풍속이 온열질환에 미치는 영향 분석'(충북대 백종현·이승수 연구팀, 2024년 3월 발간)에 따르면, 2016~ 2019년 4년간 발생한 온열질환자 1만66명의 데이터를 이동평균 기온과 풍속, 체감온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폭염일(33도 이상)로 분류되지 않은 날에도 상당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선 기존의 일일 최고기온만으로 폭염을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동평균 일 최고기온'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적용했다. 이는 온열질환자 발생 당일(1일)을 기준으로 이전 3·5·7일 동안의 최고기온을 평균한 값으로, 누적된 고온 노출의 영향을 보다 현실적으로 반영한다.
특히, 7일 이동평균 기준으로 전체 온열질환자의 52.99%가 33도 미만에서 발생했으며, 당일 기준으로는 32.70%에 불과했다. 이는 '숨은 더위'가 본격적인 폭염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온이 27~29도 수준에서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환자 수는 1일 기준보다 1.69배 증가했고, 5일간 지속되면 2.03배, 7일간 지속될 경우 2.17배로 급증했다. 이처럼 기온의 누적 효과는 하루 최고기온보다 온열질환 발생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야에 해당하는 일 최저기온도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25도(열대야 기준) 미만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도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9.25%였으며, 이동평균 7일 기준으로는 60.17%가 25도 미만에서 발생했다. 특히, 19~23도 구간에서 이동평균 기간별로 환자 수가 최소 10%에서 최대 40%까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야간에도 회복되지 못한 체열은 다음날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초속 2m 이상 바람 불면 환자 준다"…체감기온이 중요
온열질환 발생에는 풍속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 평균 풍속별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여름철 일반적인 풍속 범위인 초속 1.0~2.0m 구간에서 환자가 집중됐고, 초속 2.0m 이상의 바람이 불 경우 환자 수는 뚜렷하게 감소했다. 이는 바람이 약하면 체열 방출이 어렵고, 그로 인해 열이 체내에 축적되어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기온별 환자 분포를 '관측 최고기온'과 '체감 최고기온'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체감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발생한 환자는 전체의 85.61%, 반면 관측 최고기온 기준(33도 이상)은 67.26%였다. 체감온도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반영해 산정되며, 실제로는 체감온도가 온열질환 위험 예측에 더 정확한 지표임이 드러난 것이다.
보고서는 기온뿐만 아니라 체감온도와 풍속, 특히 '지속된 고온 노출'이 온열질환의 주요 요인임을 강조했다. 단기적 고온이 아닌, 반복되는 중간 수준의 고온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백종현·이승수 연구팀은 "폭염 기준 기온보다 낮아도 고온에 누적돼 노출되면 온열질환가 발생하고, 풍속의 영향도 받는다"며 "특히 관측 최고기온보다 체감 최고기온이 온열질환 위험성 기준으로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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