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이웃사촌' 민간 교류 활성화

안정적 한일 관계 유지 위해 '민간 네트워크' 구축 시급
민간 교류의 양 늘었지만 질적 전환으론 이어지지 않아
청소년·청년층·정치인·지방자치단체·시민사회 간 교류 활성화 위한 제도 구축해야

(사)한국여기회(총재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이사장 박영일 신부) 주최로 7월 5일 천주교대구대교구청에서 열린
(사)한국여기회(총재 조환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이사장 박영일 신부) 주최로 7월 5일 천주교대구대교구청에서 열린 '제14회 여기애인상 독후감 시상식'에 도모나가 마사오 일본여기회 이사장(맨 앞줄 왼쪽 네번째)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특별상인 나가사키교구장상을 전달했다. 여기회는 일본 나가사키 원자폭탄 피해자이면서도 다른 피폭자들을 보살핀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여기애인(如己愛人·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라)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양국에 설립된 단체다. 한국여기회 제공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한일 양국은 이제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파트너다. 안정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는 양국 간 정치외교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민간 중심의 미래지향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웃사촌 간 일관되고 지속적인 인적 교류야말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열 수 있다.

◆한일 민간 교류의 중요성

한일 간 인적 교류는 1965년 1만명에서 2024년 1천204만명으로 증가했다. 일본관광청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일 한국인은 882만명, 방한 일본인은 322만명으로 집계됐다. 한일 양국 내 다양한 현안이 있었지만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의 인적 교류는 1천200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세가 쭉 이어졌던 것 만은 아니다.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대법원 판결, 2019년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국 대상 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자 인적 교류도 급감했다. 2019년 인적 교류는 880만명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2020년은 코로나 등으로 인한 왕래 제한으로 전년 대비 88.4% 감소한 91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교류의 기본이 국민의 자유로운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 간 관계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인적 교류가 양국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사회적 자본(개인과 집단 간 신뢰, 협력, 네트워크로 구성된 무형의 자원)으로 기능한다고 보기엔 현재의 인적 교류가 불안정하는 의미다. 따라서 한일 정부 간 관계의 부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양국 간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민간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8월 4일 강원도청을 방문한 제56회 한일 청소년 문화교류단. 이번 방문에는 춘천지역 고교생 13명과 일본 히로시마 고교생 12명 등 25명이 참여했다. 강원도 제공
지난 8월 4일 강원도청을 방문한 제56회 한일 청소년 문화교류단. 이번 방문에는 춘천지역 고교생 13명과 일본 히로시마 고교생 12명 등 25명이 참여했다. 강원도 제공

◆한일 인적 교류 1천200만 시대의 과제

한일 인적 교류 1천200만명 시대를 맞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교류의 양이 질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교류 증진 필요성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 부분이다.

▷교류의 양이 질로 전환되지 않는 상황=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NPO가 '상대국에 지인이 있는지'를 물어본 설문 결과를 보면, 최근 9년 사이 한국은 오히려 줄었고 일본은 큰 변화가 없었다. 2014년 한국인은 12.8%가 일본에 지인이 있다고 답했고, 일본인은 17.5%가 한국에 지인이 있다고 했다. 2023년 조사에서는 한국인은 6.6%로 9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고, 일본인은 20.3%로 2.8%포인트 늘었다. 이 기간 양국의 인적 교류 양이 2014년 503만5천명이던 것이 2023년 927만4천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이를 종합해보면 양국의 인적 교류가 양적으로는 늘고 있지만 질적인 성장없는, 상대방 국민들과 접촉하지 않는 단순 관광만 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류의 양이 질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이 현실은 상호 국가에 대한 이해나 상호 신뢰 등 사회적 자본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패턴은 만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산업의 수출입 동향에서도 나타난다. 2023년 기준 한국 콘텐츠산업의 대일 수출액은 22억9천502만2천 달러로, 이 중 1위는 게임이 50% 가량(11억4천410만5천 달러)을 차지했다. 2위는 음악(4억2천908만 달러)이었다. 대일 수입액은 1억1천372만4천 달러(방송 2천903만1천 달러, 게임 1천800만6천 달러 등)였다. 결국 게임 분야를 통한 상대국 이해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콘텐츠산업의 교류 양 증가가 교류의 질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교류 증진 필요성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 인적 교류에 대한 양국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은 상업적 목적 외에도 교류에 대해 공적으로 안정적 지원을 하고 자유로운 교류에 장애가 되는 정책·제도 등은 완화·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일 간 풀뿌리의 상호 이해 및 교류 증진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의지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 이후 크게 나아진 바가 없다.

당시 양국 정상은 상호 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기초는 정부 간 교류 뿐 아니라 양국 국민 간 깊은 상호 이해와 다양한 교류에 있다는 인식 하에 문화·인적 교류를 확충해 나간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였다. 아울러 한일포럼 및 역사 공동 연구의 촉진에 관한 한일공동위원회 등 한일 간 지적 교류의 의의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러한 노력을 계속 지지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후 '한일 시민 100인 대화'나 '한일역사공동위원회' 등 민간 교류 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지속되지 못하고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7월 14일 제주 호텔 더원에서 열린
7월 14일 제주 호텔 더원에서 열린 '한일교사대화: 2025 일본교직원 한국초청연수' 개회식에서 한국 초청으로 방한한 일본 교직원 60명과 한일 교직원 및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민간 교류 양적·질적 확대 방안

한일 양국의 민간 교류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를 필두로 청소년과 청년층, 정치인·지방자치단체·시민사회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안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문화 교류 확대= 한류가 전세계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방송·연예, 문화 등을 매개로 한 교류 확대는 그 중요성이 크다. 이는 젊은층을 비롯해 양 국민들이 상대국 문화를 이해하고 좀 더 가까워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간 교류의 질적 심화 도모 차원에서 제주 올레길과 규슈 올레길 연결 등 양국을 목적지로 하는 여행 프로그램 공동 개발, 양국 내 동일 교통카드 도입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

▷한일 차세대 교류, 교육에서 취업까지= 현재 한일 공동 고등교육 유학생 교류사업, 한일 미래인재(학사·전문학사) 초청사업, 한일 교환학생 지원 프로그램, 캠퍼스 아시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한일 대학생 교류사업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일 유학생이 양국에서 학점을 인정받고 산업체 인턴·취업까지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양국 내 네트워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한일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의 다각화= 청소년 교류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다.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확대, 양국 청소년 대상 각종 이벤트 기획, '한일 청소년 사무소' 설립 등을 통해서다. 한일 청소년이라면 누구도 빠짐없이 한일 교류의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한일 공동 출자 연구소 설립 및 여행 프로그램 공동 개발= 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한국 및 일본 연구와 관련한 공동 출자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여기에 양국 간 정보(외교문서, 주요 담화 등) 공유 플랫폼을 형성한다면 지적 커뮤니티 내에서 상대에 대한 오해를 제거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의 재구성= 최근 한일 지자체는 종래의 단순 교류(2024년 기준 총 206건의 자매도시·우호도시 결연)를 넘어 실질적인 이득(투자 유치, 수출 확대, 우수 정책 벤치마킹)을 확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 지자체는 초국경적 지역협력(지역 FTA를 포함)을 촉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두되 일차적으로는 양국 지자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형성을 서둘러야 한다.

▷차세대 정치인 교류= 양국 정치 리더십의 상대국 인식 여하에 따라 혐한·반일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므로 정치권의 교류, 네트워크 형성 노력은 중요하다. 특히 국회의원 보좌진의 경우 국회의원에 대한 지원을 넘어 향후 스스로 정계에 진출하는 예도 많으니 장기적 안목에서 이들에 대한 교류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일 공생을 위한 목적별 시민 교류 활성화 지원 = 최근 양국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환경 등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한일 공생을 위한 분야별 NGO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기업 등이 이들 사업을 후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도움말 박명희 국회입법조사처 외교안보팀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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