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를 직접 찾아가 정의봉으로 처단했던 박기서 옹이 지난 10일 별세한 가운데, 장례를 치른 후 장지 안장을 위한 비용이 모자라 김구 선생의 증손자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모금에 나섰다.
김용만 의원이 같은 당 동료 의원들에게만 모금을 부탁한 맥락인데, 이를 동료 의원들이 SNS에 올려 국민들에게 모금을 부탁하는 움직임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김용만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들에게 전한 부탁글에서 "선배·동료 의원님들께 간절한 부탁의 글 올린다"며 "백범 할아버지의 암살자 안두희를 처단했던 박기서 선생께서 별세하셨다. 고인은 누구도 죗값을 묻지 않던 시대, 스스로 '정의봉'을 들어 꺾이지 않는 민족정기를 세우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그 뜻을 기억하며, 마지막 가시는 길만큼은 저희가 함께 예우하고자 한다. 현재 장지로 예정된 모란공원 안장에 필요한 비용이 부족한 상황이다. 의원님들께서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사단법인 청년백범 명의 계좌번호를 공유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2일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SNS에 김용만 의원의 부탁을 공유하고 있다.
백승아 의원은 이날(12일) 오후 1시 3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장지 안장에 필요한 비용이 없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백범 김구선생의 증손자이신 김용만의원님께서 알려주셨다. 함께 작은 정성 모아 주시면 감사하겠다. 박기서 선생님 가시는 길에 고인의 명복과 평안한 안식을 빈다"며 김용만 의원의 부탁글과 모금 계좌번호를 공유했다.
이 밖에도 윤종군, 김현정, 정진욱 등 같은 당 동료 의원들이 SNS에 김용만 의원의 부탁글과 모금 계좌번호를 게시했다.

▶박기서 옹은 1948년 전북 정읍 태생으로 부천에서 버스기사로 일하던 지난 1996년 10월 23일 '정의봉'이라는 이름을 붙인 40cm가량 길이의 몽둥이로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의 집을 찾아가 그를 살해했다. 이때 쓴 몽둥이는 전통시장에서 구입한 홍두깨에 정의봉이라는 글자를 유성매직펜으로 적은 것이었다.
김구 선생은 1949년 6월 26일 사저(경교장)에서 서예를 하던 중 미국 CIC(Counter Intelligence Corps, 현 미 육군 방첩국 전신) 비밀 정보원이자 육군 장교 안두희로부터 권총에 피살됐고, 이어 47년 뒤 박기서 옹이 몽둥이로 안두희를 죽이는 '복수'가 이뤄졌던 것이다. 고인은 김구 선생의 저서 백범일지 등을 읽고 존경심을 품었다고 안두희 처단의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박기서 옹은 안두희 살해 후 곧장 자수,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아 수감됐으나 구명운동 등의 영향으로 같은해 삼일절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1년 5개월 만에 출소했다. 이후 버스기사와 택시기사로 일했다.
고인이 안두희를 처단할 때 쓴 정의봉은 2018년 서울 용산구 소재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됐다.
▶김용만 의원은 1986년 서울 태생이다.
10살때 쯤 박기서 옹의 안두희 처단을 접했던 셈이다.
김구(1876~1949) 선생이 증조할아버지, 김신(1922~2016) 전 교통부장관이 할아버지, 김양(1953~) 전 국가보훈처장이 아버지이다.
그는 지난 2022년 정계에 입문, 2024년 22대 총선에서 경기 하남을 지역구에서 초선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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